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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분당 재건축 3곳만해도 하수처리량 9300명분 초과”

입력 | 2024-12-17 03:00:00

1기 신도시 지자체 정비계획안 분석
분당 인구 1.5만명 늘어 용량 부족… 2차 재건축땐 상수도 용량도 포화
일산도 하수처리시설 확충 시급해… “인프라 확충 계획 우선해야” 지적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1호 재건축 단지’로 선정된 선도지구 3곳이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하면 지역 내 하수처리시설 용량이 9300명분이나 초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수도 역시 현재 여유분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선도지구 3곳과 비슷한 용량의 2차 재건축이 진행되면 용량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탄핵 정국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도시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의에 속도를 내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턱끝까지 찬 신도시 상하수도 용량


16일 1기 신도시 5곳(성남·고양·부천·안양·군포) 지자체가 공람한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안을 분석한 결과 성남의 경우 선도지구 재건축 후 일부 지역에서 상하수도 인프라 부족 상황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람안에 따르면 분당 하수처리시설의 최대 처리 용량은 33만7800명분이다. 선도지구 재건축이 완료되면 분당 인구수가 33만2000명(2022년)에서 34만7100명으로 늘어나면서 하수처리 용량을 9300명분 넘어서게 된다. 주택 증가분 6568채에 가구당 인구수를 2.3명으로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상수도 용량도 포화 일보 직전이다. 현재 여유 용량은 3만1000명분인데 선도지구 3곳이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하면 1만5900명으로 반토막난다. 선도지구와 비슷한 규모의 2차 재건축이 이뤄지면 곧바로 ‘급수 불가 지역’이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인구가 24만1000명인 일산신도시의 하수처리용량은 30만 명 안팎이다.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 남은 여유분을 원당·능곡·행신·화정지구 등 인근 지역 하수 일부를 처리하는 데 쓰고 있어서다. 일산 재건축 선도지구 3곳이 모두 입주를 마치면 인구수가 1만2300명이 순증하는데, 그만큼을 수용하려면 당장 일산 하수처리시설을 늘리거나 인근 지역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승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통합 재건축으로 개발 밀도를 높이면서 인프라 부족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자체별 인프라 확충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 부지 확정만 4년 걸린 과천 사태 재발 우려

인프라 확충 계획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과거 과천지구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12월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과천공공주택지구를 발표한 후 서울 서초구 인근에 하수처리장을 짓기로 했으나 악취 등을 우려한 주민 반대로 좌초됐다. 4년 후인 2022년 12월에야 기존 위치보다 1.3km가량 떨어진 곳에 부지를 최종 결정했다.

재원 마련 방안도 명확하지 않다. 국토부는 나중에 받을 주민들의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미리 조달하는 ‘공공기여금 유동화 펀드’를 도입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공기여금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탄핵 정국에서 국토부와 지자체 간 논의가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인프라 확충 계획을 조기에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이후 주택 수 증가, 집값 상승 등으로 보유세를 비롯한 세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늘어나는 세수를 고려해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