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동력 잃고 표류하는 의료공백 해법 의대 증원 문제 출구 못찾고 멈춰… 멀어진 전공의 복귀, 전문의도 부족 “지친 의사들, 그만둘 시기만 저울질”… 필수-지방의료 정책 추진도 불투명
“겨울이 되면서 고령의 심뇌혈관, 호흡기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의료진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고, 충원될 것이란 기대마저 사라진 상황입니다.”
16일 지방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탄핵 정국으로 의료 공백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또 “동료 중 상당수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의료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쳐 그만둘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다”며 “내년에 신규로 들어올 전문의도 많지 않아 지방 응급실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중증·응급환자 증가에도 의료진 충원 ‘난망’
하지만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의정 갈등을 해결하고 의료 공백을 끝내기 위한 논의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먼저 의대 증원의 경우 이달 초 여야의정 협의체가 중단되면서 협의 채널이 사라졌다. 증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윤 대통령은 직무 수행이 중단됐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16일 물러났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도 다음 달에나 선출될 예정이다.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필수·지방의료 대책도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부가 전문의 비수도권 정착을 위해 추진하던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필수과를 살리기 위해 추진하던 ‘의료사고의 민형사상 책임 완화’ 등도 현재로선 지속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의료계에선 전공의·전문의 충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정부의 필수·지방의료 대책까지 동력을 잃을 경우 내년 3월경 현재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필수과 교수는 “비수도권 임상교수 중에는 내년 2월 계약을 마치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공백을 메울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의료 공백이 커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