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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생체 간이식 아이, 어엿한 서른살 됐어요

입력 | 2024-12-17 03:00:00

선천성 담도 폐쇄증 앓던 이지원씨
1994년 아버지 간 일부 이식 받아
아산병원, 첫 수술후 7392명 시술
세계 최초 2대1 이식수술도 성공



30년 전 생후 9개월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은 이지원 씨가 올해 건강하게 서른 살을 맞았다. 주치의였던 김경모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위쪽 사진 왼쪽)가 당시 이식 수술을 마친 뒤 이 양의 퇴원을 축하하는 모습. 아래쪽은 이 씨(앞줄 가운데)와 이 씨의 부모가 당시 집도의였던 이승규 김경모 교수(뒷줄 왼쪽부터)를 만나 수술 30주년을 기념하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30년 전 첫돌을 맞기도 전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산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은 생후 9개월 아이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됐습니다. 의료진의 헌신과 의료진을 믿고 따라준 환자와 가족이 만든 결실입니다.”

16일 서울아산병원은 1994년 12월 8일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받았던 국내 첫 생체 간이식 환자 이지원 씨(30)가 올해 건강하게 서른 살을 맞았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의료관리 분야를 전공한 이 씨는 현재 보험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씨는 선천성 담도 폐쇄증에 따른 간경화로 태어난 직후 숨을 거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와 김경모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생체 간이식을 통해 아버지의 간 4분의 1을 이식받으며 고비를 넘겼고 이후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간 이식 후 관리를 철저히 한 덕분”이라며 “첫 이식 환자가 성공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모습은 앞으로 생체 간이식을 받을 아이들과 가족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의 장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적시에 병세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4년 첫 성공 이후 지금까지 성인 7032명, 소아 360명 등 총 7392명에게 생체 간이식 시술을 진행했다. 병원 관계자는 “세계 최다 기록이며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환자의 생존율은 거의 100%에 달한다”며 “생체 간이식 기증자 중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산병원의 경우 전체 간이식 수술의 85%가량이 생체 간이식이다.

이 교수가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 우엽 간이식은 현재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표준 수술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2000년 3월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받아 이식하는 세계 첫 2 대 1 생체 간이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1994년 생후 9개월 아기를 살린 생체 간이식은 지금까지도 간이식 발전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