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글씨로 황혼의 희로애락 담아 내 인구감소지역 주민참여형 프로젝트 성과
시를 작성 중인 김갑순 할머니(의령군 제공).
경남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의 여덟 할머니가 황혼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 쓴 동시가 화제다. 삐뚤빼뚤 서투른 글씨로 맞춤법이 틀리게 쓰인 할머니들의 시에는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최경자 할머니(79)의 ‘겁이 난다’라는 시는 “세월 가는게 겁이 난다 / 수술한 오른쪽 다리가 아파온다 / 가장 겁이 나는 건 내 식구들 밥 /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 내 세월 가니까 일도 겁이 난다“라고 적었다.
최 할머니는 아픈 내 몸도 걱정이지만 지금 당장 챙겨야 할 식구들 삼시세끼가 더 걱정이라며 고단한 삶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김 할머니는 들에 나가는 평범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지만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 몸에 대한 속상함과 세월의 빠름을 한탄하는 심경을 담담히 담아낸 것이다.
노시점 할머니(80)는 ‘밤농사 자식농사’라는 시에서 ”50그루 밤들이 골짜기 산 밑에서 나를 기다린다 / 멧돼지가 밤을 다 파먹었을까 봐 겁이 난다/ 그래도 나는 간다 / 창원 사는 나의 자랑 큰아들에게 밤 나눠주러 나는 간다“라며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했다.
이 외에도 강차숙(나의 바램), 김선악(내칭구 최정자), 김정임(일상), 민은숙(가을), 정곡자 할머니(자식생각)는 팔십 넘게 살아온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했다.
의령군 소생활권 프로젝트 성과공유회 결과물 전시(의령군 제공).
이 여덟 편 시는 최근 의령도깨비영화관에서 열린 소생활권 프로젝트 성과공유회에서 소개되면서 주목받았다.
이들 동시는 2년 전 가족 6명이 대의면으로 전입한 동화 작가 박혜수 씨(30)가 할머니들에게 ‘나만의 동시 짓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온 결과물이다.
박 씨는 ”할머니 대부분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처음에는 어렵다고 했지만 금세 적응하셨고 재밌다 하셨다“며 ”오래된 삶의 여정을 반추하면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고 유추하면서 멋진 시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의령군 관계자는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가 전입 주민과 지역 어르신이 융화돼 지역 활력을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의령=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