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불가항력적인 상황’처럼 보이는 이러한 겨울철 교통사고 시 과연 법률적 책임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 칼럼에서 겨울철 눈길·빙판길 교통사고와 관련한 법률적 쟁점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눈길·빙판길 교통사고의 법적 책임 구조
예컨대, 앞 차량이 신호나 정체로 인해 정상적으로 정지 또는 저속 주행 중이었다면, 뒤에서 미끄러져 추돌한 차량 운전자에게 과실 100%가 인정되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즉, 도로 상황이 어렵더라도 운전자는 전방 주시, 감속 운전, 충분한 차간 거리 확보 등의 기본적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앞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이유 없는 정지를 하거나, 도로 관리주체가 결빙된 도로를 장시간 방치하는 등의 관리 소홀로 사고 유발 가능성을 높였을 경우, 앞차나 도로관리청에 일부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제어 불능 상태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량과 충돌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는 운전자 책임입니다. 다만, 무단횡단자의 개입으로 급제동 중 미끄러짐이라면 중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도 존재합니다. 다중 추돌사고는 각 추돌 상황별로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 간 과실비율을 개별 판단합니다. 일반적으로 후행차량의 100% 책임을 원칙으로 하되, 앞 차량이 이유 없이 정지했거나 기존 사고로 도로를 점거한 경우, 일부 책임(약 20%~30%)이 있습니다. 최초로 사고를 야기한 차량에게는 모든 후속사고에 대해 일정 비율(약 20%)의 책임이 있습니다.
도로관리청의 책임 인정 여부
건축물 관리자의 책임 인정 여부
자연재해대책법 제27조에 따라 건축물 관리자는 제설 및 제빙 의무를 부담하며, 이 의무의 우선순위는 소유자 거주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소유자가 거주하는 건축물의 경우 ‘소유자-점유자-관리자’ 순으로,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을 경우 ‘점유자-관리자-소유자’ 순으로 책임이 부여됩니다. 또한 보도나 뒷길, 보행자도로 등에서 제설·제빙 작업을 언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제빙 의무 위반에 대해 과태료나 처벌 규정이 없는 탓에 이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보는 비판도 있습니다. 비록 강제적인 처벌 조항은 없지만,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겨울철 눈길·빙판길 안전운전 수칙
겨울철 특성의 교통사고는 사고가 난 뒤 다투는 것보다, 애초에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도로교통법규에 따르면 눈이 2cm 미만 쌓였을 땐 제한속도의 20% 감속, 2cm 이상 또는 빙판길일 경우, 제한속도의 절반까지 감속운전의무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법의 최소한의 기준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더 감속운전해야 합니다.
결 론
겨울철 눈길·빙판길 교통사고는 운전자 입장에선 억울한 상황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주어집니다. 도로 상태가 나쁘다고 해도, 오히려 충분한 감속, 차간거리 확보, 안전한 제동 등 운전자 의무가 강조될 뿐입니다.
도로관리청이나 건축물 관리자의 책임 인정도 제한적이므로,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결국 운전자의 예방적 조치와 안전운전 습관입니다. 겨울철에는 가급적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불가피하다면 충분한 서행과 안전거리 확보, 운전하기 전 사전 정보 수집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