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4.12.8/뉴스1
18일부터 수도권에서 시세가 8억 원 이하면서 전용면적 85㎡ 이하인 빌라를 보유한 1주택자도 청약시 무주택자로 인정받는다. 전세사기 등으로 얼어붙은 비(非)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내건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양극화로 빌라 투자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라 해당 조치로 매수 수요가 살아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18일 공포∙시행된다. 지금까지 수도권은 전용 60㎡·공시가격 1억6000만 원 이하, 지방은 전용 60㎡·공시가격 1억 원 이하인 아파트와 비아파트 소유자가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받았다. 앞으로는 비아파트에 한해 수도권은 전용 85㎡·공시가격 5억 원 이하, 지방은 전용 85㎡·공시가격 3억 원 이하면 무주택자로 인정받게 된다. 빌라 공시가격이 통상 시세의 6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시세 기준 수도권은 8억 원, 지방은 5억 원짜리 빌라를 보유해도 청약시 무주택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개정 사항은 18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아파트 단지부터 적용된다.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의 공시가격으로 무주택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입주 시점에 공시가격이 올라도 자격이 유지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무주택자’라는 당근이 빌라 매수 수요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비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은 건 청약 요건 때문이 아니라 비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라며 “집값 상승 기대감도 적고 향후 매매 환금성도 떨어져 매수할 요인이 적다”고 했다. 또 해당 인센티브는 청약 자격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빌라 보유자가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한 뒤엔 세제상 다주택자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아파트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1~10월 비아파트 매매 거래는 12만6243건으로 지난해 전체(14만3242건) 대비 11.9% 적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2021년(34만5000여 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1~10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2만1298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거래건수(41만1812건)를 넘어섰다.
미분양과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은 쌓이고 있다. 2022년 2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힐스테이트청량리메트로블은 10월 말 기준 전체 분양 물량 213채 중 52채가 미분양 상태다. 경기 과천 오피스텔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 전용 84㎡ 분양권은 분양가 대비 1억5750만 원 하락한 매물이 올라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직후 1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현재는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