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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꽃이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 뛰고 싶다”

입력 | 2024-12-18 03:00:00

생애 첫 ‘K리그1 베스트11’ 이명재
올시즌 왼쪽 측면 수비수로 뛰며… 크로스 성공 개수 1위-키패스 3위
30세 138일에 A매치 데뷔 꿈 이뤄
“대표팀서 자신 있게 공격 참여… 수비에서도 탄탄한 모습 보일 것”



울산의 측면 수비수 이명재(오른쪽)는 지난달 열린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K리그1(1부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이명재는 올해 3월 축구대표팀에 뽑혀 A매치 데뷔의 꿈도 이뤘다. 사진은 이명재가 K리그1 경기에서 드리블하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어릴 때부터 꿈꿨던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된 잊지 못할 한 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측면 수비수 이명재(31·울산)는 최근 통화에서 ‘선수 인생에서 2024년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해 이명재는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울산의 리그 3연패를 이끌면서 생애 처음으로 K리그1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울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축구대표팀에 뽑힌 이명재는 A매치 데뷔의 꿈도 이뤘다.

이명재는 올 시즌 K리그1 28경기에 출전해 도움 3개를 기록했다. 수비수이면서도 공격 가담 능력이 뛰어난 그는 올 시즌 K리그1 경기에 출전한 12개 구단 측면 수비수(67명)를 통틀어 크로스 성공 개수 1위(44개)에 올랐다. 키패스(팀 동료의 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개수는 29개로 3위다. 이명재는 지난달 열린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베스트11의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를 차지했다. 이명재는 “(과거에는) 시상식에 갈 때마다 상을 받은 동료에게 축하를 전하고 나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올해도 상을 못 받으면 내년엔 시상식에 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꿈에 그리던 베스트11에 뽑혀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2014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명재는 자신이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건 팀 내 주전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명재는 과거 울산에서 뛰었던 박주호(37·은퇴), 홍철(34·대구), 이기제(33·수원)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과 같은 포지션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명재는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국가대표팀에 처음 뽑힌 이명재는 같은 달 21일 황선홍 임시 감독(현 대전 감독) 체제로 치른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역대 한국 선수 중 일곱 번째로 많은 나이(30세 138일)로 A매치에 데뷔했다. 이명재는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에 치러진 올해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는 6경기에 출전(선발 출전 5경기)해 도움 1개를 기록했다. 이명재는 “팬들로부터 ‘늦게 핀 꽃’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 때도 ‘난 언젠가는 대표팀 멤버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에는 A매치에 데뷔한 선수가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신고식을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명재는 주민규(울산)와 함께 가수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며 A매치 데뷔를 자축했다. 주민규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에서 한국 선수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33세 343일)을 세웠다. 이명재는 “대표팀 측면 수비수 중엔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경쟁에서 항상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재의 새로운 꿈은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것이다. 그는 “축구대표팀에서 조금 더 자신 있게 공격 작업에 참여하고, 수비에서도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월드컵에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명재는 대표팀 수비의 핵심인 중앙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와의 조직적인 협동 수비 등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영상을 자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명재가 대표팀에 계속 뽑히려면 내년에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명재는 “내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2년 연속으로 베스트11에 뽑히고 싶다. 대표팀에서는 데뷔골을 넣고, 경기 최우수선수에도 선정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