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지역발전지수 평가] 전국 159개 시-군 발전지수 평가 동아일보 미래전략硏-농촌경제硏 공동 전교생 19명 폐교 위기 학교서… K팝 인재 요람된 ‘장목예술중’ 섬 주민 위한 화상진료 사업 등… 농어촌 가능성 입증 사례 다양 “혁신적 비즈니스 적극 지원을”
거제도 북쪽에 자리 잡은 경남 거제시 장목면. 이곳엔 내일의 K팝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공간이 있다. 1953년 개교 이래 7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장목예술중학교다. 옛 이름은 장목중학교. 농어촌 인구 감소로 2021년 전교생 수가 19명까지 줄고 폐교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년 신입생 정원 30명이 꽉 차는 인기 학교가 됐다. 전교생 수는 2022년 43명에서 올해 70명으로 늘었다.
경남 거제시 장목예술중학교 학생들이 밴드 음악 공연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K팝에 초점을 맞춰 경남 최초의 실용음악 중심 예술 특성화 중학교로 거듭나면서 타 지역에서도 지원하는 인기 학교가 됐다. 장목예술중 제공
이처럼 농어촌이 이제 기회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방 소멸 위기에 맞서 기존의 틀을 깨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곳이 늘면서다. 인구 감소 문제가 농어촌 지역을 위협하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혁신 시도가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24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정책 콘퍼런스’에서 표창을 받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정책 유공자’들이 이재식 농림축산식품부 국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디지털 기술로 농어촌 생활 여건을 개선한 새로운 사업 실험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비대면 진료 앱 ‘나만의 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가 섬 지역에서 진행한 ‘나만의 섬닥터’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마을 공공시설에 공용 장비를 설치해 섬에서도 사전 문진부터 화상 진료, 약 처방과 배송까지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올 하반기(7∼12월)에 진행된 본사업에선 86개 섬의 주민 1136명이 혜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성장 한계에 가까워진 도시가 아니라 농어촌에서 새로운 혁신·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 발표를 맡은 한이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삶의질정책연구센터장은 “농어촌은 소멸 위기의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을 ‘기회의 땅’”이라며 “농촌형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어촌의 가능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2010년 6만9144개였던 농어촌 지역의 창업 기업 수는 2022년 기준 16만3773곳으로 늘면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농경연이 통계청 전국사업체 조사 자료를 기초로 전국 1404개 읍면을 분석한 결과다. 연평균 성장률은 11.4%로 전국 평균 6.1%를 압도했다. 농어촌 지역 사업체 수도 2010년 62만여 개에서 2022년 135만여 개로 대폭 증가했다.
농경연이 2014년과 2024년의 지역발전지수(RDI)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과감히 연구개발 및 사업을 시도한 곳들이 약진했다. 지역 경제력과 삶의 여유 공간 지수가 나란히 30계단 이상 상승한 전남 장흥군이 대표적이다. 2016년 준공한 바이오식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신산업을 전폭 지원하면서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농경연은 전국 159개 시군(서울과 6개 광역시 소속 구 제외)을 대상으로 생활 서비스, 지역 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주민 활력 등 4개 부문 경쟁력을 따져 지역발전지수(RDI)를 발표한다.
정부는 2004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이후 5년 단위로 범정부 차원에서 농어촌 지역 및 주민을 위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농촌형 비즈니스(Agribiz+) 활성화, 농촌형 산업생태계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제5차 기본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재식 농식품부 국장은 “지난 20년간 농촌 삶의 질 개선을 위해 21개 부·처·청이 복지, 건설, 교통 등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해왔다”면서 “행사에서 공유한 성과들이 농어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제시하는 귀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