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병원 의생명연구소 확장 이전… 내년 개관 정몽구관에선 백신 연구 미국 UC 데이비스대와 연구 협력… 예일대와 의과학자 양성 함께하고 美 정부-대학과 바이오 기술 개발… 국내 기업과 건강보험 연구 분석도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들이 8월 글로벌 기술사업화 생태계 확장 및 생명과학 분야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 체결을 위해 방문한 미국 UC 데이비스대 총장단, 새크라멘토 경제위원회(GSEC) 대표 등과 함께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지난해 고려대의료원은 설립 100주년인 2028년까지 국내 1위, 세계 30위 수준의 ‘초격차 연구중심 의료기관’을 성장 목표로 제시했다. 1000병상 규모로 세계 최고의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 및 연구를 수행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이나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같은 ‘고도화된 의료기관’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올해 8월 미국 UC데이비스대 총장단, 새크라멘토 경제위원회(GSEC) 대표 등이 글로벌 기술사업화 생태계 확장 및 생명과학 분야 공동연구 협력을 위해 고려대의료원을 찾았다.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와 UC데이비스 애기 스퀘어의 핵심 인프라를 공유하기로 했다.
고려대의대도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컴퓨팅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의료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의 협약을 맺었다. 유전체 분석, 신약개발에 AWS의 고성능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두 기관은 의료 생명과학 분야의 빅데이터를 분석, 해석할 전문가 육성을 위한 AI 의·생명 데이터사이언스 연구 교육과정 운영도 협력한다.
고려대 의료기술지주 자회사 엑소퍼트(대표 최연호)도 2023년 말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와 AI를 활용한 다중암 진단 연구의 효과 분석을 위한 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엑소퍼트의 독자 개발 장비와 기술을 활용해 MD앤더슨의 암환자 및 정상인 샘플을 분석한다.
고려대의료원은 5월에는 고려대 의대생들이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임상실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었다. 예일대와도 글로벌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함께한다. 내년부터 고려대의대 졸업(예정)자는 예일대의대 임상 의사과학자, 기초 의과학자 프로그램의 박사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해외 기관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의 각축장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참가가 좋은 예다. 6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 USA에 참가해 글로벌 상위 대형 제약사들과 기술 이전 및 사업화를 논의했다.
스타트업 허브이자 앵커기관 역할 톡톡
국내 기관들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10월에는 세스코와 ‘바이러스 케어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구협약을 체결했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및 전파 차단을 위한 신기술, 신소재 개발에 고려대의대 바이러스병연구소와 세스코가 함께한다. 정릉 메디사이언스파크 백신혁신센터에 설립된 생물안전 3등급 첨단 연구시설인 ‘세스코 공간전파특수실험실’을 통한 연구도 진행된다.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첨단연구의 허브로 혁신 신약 제조기업인 셀랩메드 GMP 제조시설이 들어서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동화바이오관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센터’를 공동 운영하면서 임상 데이터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결합한 융복합 연구도 활발하다. 또한 파크에 ‘고려대 의료기술지주 공유오피스’를 마련해 의료기술 창업기업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의료원산학협력단은 인근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홍릉 바이오 의료 R&D 앵커시설인 서울바이오허브의 민간 위탁 운영자로서 의료 R&D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독보적인 유무형 인프라
고려대 안산병원은 11월 의생명연구센터 확장 이전식을 가졌다. 새로 증축한 안산병원 미래의학관 9∼11층에 기존보다 연면적을 45% 늘려 자리 잡았다. 이 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시험 연구용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연구시설로 승인받았는데 연구지원시설과 제브라피쉬 사육실, 형광이미지분석실, 세포배양실, 미생물실험실 등 실험시설이 배치돼 있다. 연구 인프라도 최고 수준이다.
외부 과제 수주도 활발하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9월 과기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발주한 개인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 과제에서 34개 과제 230억 원을 수주했다. 또 의료원은 최근 과기부의 ‘AI+X 현장 실무형 디지털바이오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사업’ 과제(25억 원)도 수주해 핵심 인재 22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작년 연구 수주액 1670억 원… 산학협력 생태계 확장할 것”
연구 이끄는 윤을식 의무부총장
윤을식 의무부총장.
2004년 고려대 산학협력단 산하 의무산학협력실로 시작한 조직은 2014년 의료원산학협력단으로 지점 승격돼 독립적이고도 유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는 산학협력, 연구전략, 기술사업화, 임상연구지원 등으로 세분화된 전담 조직에 기관의 핵심 인재들이 투입돼 뛰고 있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스템에 기반한 성과는 확실하다. 고려대의료원의 지난해 외부 연구과제 수주액은 1670억 원에 달한다.
교원의 연구개발로 시작돼 산학협력을 통해 상용화로 이어져 환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과정까지 계속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R&D의 꽃이라 불리는 기술사업화도 활발하다. 고려대의료원의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는 지난 3년 평균 370건을 훌쩍 넘는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의료원이 계약한 정액기술료는 570억 원에 육박한다.
윤을식 의무부총장은 “의학의 본질은 결국 더욱 많은 환자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이는 연구자들의 치열한 도전과 혁신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융복합사고가 강조되는 오픈이노베이션 시대에는 경계 없는 협력을 통해서만이 진정 새로운 창의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더욱 확장된 산학협력 생태계를 창조해 진정한 의료 혁신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