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트럼프 2기 안보정책과 한미 북핵 대응 전략’ 공동 학술회의 “北-러, 한미동맹 약화 악용 우려… 디커플링 함정 안빠지게 관리해야 트럼프 취임초 북핵 인식 공유 시급… 방위비 협정 비준도 신속히 마쳐야”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전략문제연구소·국가안보전략연구원·화정평화재단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정책과 한미 북핵 대응 전략’을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국방부 차관),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연구센터장,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태안보 석좌.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탄핵 정국의 혼란을 북한 주민에게 ‘민주주의를 통해 독재를 없앨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 “한미동맹 약화 ‘함정’ 피해야”
참석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양국의 핵심 현안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하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며 “(탄핵 사태로)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정부 부처, 의회, 민간 싱크탱크의 교류를 통해서 ‘북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조교수는 “북한과 러시아는 한국의 국내 정치 변수로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틈을 이용해 왔다”며 “한미동맹이 ‘디커플링(탈동조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속히 한미 연합훈련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트럼프 당선인이 16일(현지 시간)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달리 한국을 언급하지 않자 한국 일각에서 ‘코리아 패싱’을 강하게 우려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은 (신중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교관이 아니다. 그가 한국을 건너뛰려 하더라도 측근들이 제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움직일 지렛대도 힘도 부족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다른 정치인과 달리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와 사업을 중시한다”며 한국이 그와의 협상 시 경제력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대기업의 미국 투자, 한류 같은 소프트파워,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 방위산업 등 한국의 민간 부문이 가진 힘을 활용하라는 뜻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회가 한국 정부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타결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 신속한 비준 동의를 마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SMA 재협상 등을 요구해도 ‘이미 의회 비준이 끝났다’고 강조하며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박 교수는 “한국이 방위비 등을 더 부담하더라도 한미동맹을 ‘실질적 핵동맹’으로 격상하는 식의 급부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중국 압박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