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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대장의 숨은 조력자… 네팔 예티항공 락파 소남 셰르파 회장

입력 | 2024-12-18 08:41:00

30년 知己로 휴먼재단 자문위원
총리 인맥, 갈등 조정-문제 해결

“엄 대장, 마음 따뜻하고 강한 사람
편한 생활 뒤로 하고 네팔서 봉사”



엄홍길 대장의 30년 지기인 락파 소남 셰르파 예티항공 회장.


네팔에서 두 번째(승객 수 기준)로 큰 국내 항공사인 예티항공 락파 소남 셰르파 회장(64)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64·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의 절친이다. 엄 대장이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를 잇달아 오르던 1990년대 중반에 만나 3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11일 휴먼재단이 네팔 산간벽지(山間僻地)에 짓거나 증축하고 있는 ‘휴먼스쿨’ 19번째 학교 준공식에도 참석했다.

13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만난 소남 회장은 “엄 대장은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강한 (strong) 사람”이라면서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는데도 가난한 우리나라에 와서 네팔이 잘 되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내가 그 옆에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소남 회장은 휴먼재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네팔 동북부 솔루쿰부에서 태어난 소남 회장은 1987년 고향의 또 다른 명산 탐세르쿠에 오른 뒤 이듬해 ‘탐세르쿠 트레킹’ 회사를 세웠다. 그전까지 프랑스 스키 숍에서 6년간 일했고, 귀국해서는 트레킹과 등반 가이드로 활동했다. 이 회사는 매년 7000~8000명의 트레킹 관광객을 인솔해 주변에서 “대단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봄가을에는 히말라야 등반 전문 산악인 가이드도 제공하며 사세를 넓혔다.

1998년 동생 앙체링 등과 함께 쌍발 경비행기 3대로 예티항공을 창업했다. 현재는 72인승 ATR 72-500 비행기 7대를 운용하며 직원 800명을 두고 있다. 소남 회장은 “네팔 관광산업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다”고 했다. 2019년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앙체링은 엄 대장이 19번째 휴먼스쿨을 네팔 동부 테라툼 아트라이에 짓도록 생전에 부탁했다.

소남 회장은 ‘네팔 전체를 발전시키자’는 비전 아래 가족 사업을 이끌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수익을 나눠 갖고 세금도 많이 내서 발전을 이루자는 생각이다. 산악지역에 19개 호텔과 롯지(lodge)를 운영하며 현지인을 채용하고 현지 산물을 소비하도록 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 호텔은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톱 호텔 22곳 중 1위에 올랐다. 또, 예티항공은 2019년 네팔과 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유엔에 의해 탄소중립 업체로 선정됐다.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도 가까운 소남 회장은 휴먼스쿨을 지으면서 애로사항이나 법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네팔 정부와 협의해 조정하거나, 늘어지는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올리 총리에게 권유해 엄 대장이 몇 년 전 명예시민증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산악인으로서 엄 대장과 등반 품앗이도 톡톡히 했다. 2007년 엄 대장이 16번째 8000m급 봉우리인 로체샤르에 네 번째 도전했을 때 소남 회장은 “오케이. 이번에는 꼭 성공한다”고 응원했고 정말로 성공했다. 그러자 엄 대장은 2017년부터 세븐 서미트(Seven Summits·7대륙 최고봉) 등정에 나선 소남 회장이 아르헨티나 아콩카과산 등반에 연거푸 실패하자 세 번째 등반에 동행했고 결국 성공했다. 소남 회장은 “무척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소남 회장은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세계 최초로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도 재단을 만들어 학교와 병원을 짓고 있지만 쿰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다. 반면 엄 대장은 거의 네팔 전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네팔 소수민족인 셰르파족(族) 사회 롤모델인 소남 회장은 세르파족뿐 아니라 네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자연과 문화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No nature no culture no futrue)”고 말한다. 외국에서 일하는 네팔 젊은이들이 돌아와 네팔에서 일하며 발전시키자는 뜻이다.

소남 회장은 지난해 예티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숨진 한국인 2명의 유족에게 “너무 안타까운 사건으로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편안하고 좋은 데로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종교적 제례를 지냈다”고 말했다.


테라툼(네팔)=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