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장
이달 6∼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환자 보호 서밋에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해외 여러 전문가와 환자단체 대표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떠오른 질문은 바로 ‘폐암 없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였다.
건강했던 아내는 정기 국가건강검진 때 받은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 결과가 나왔지만 2016년 갑작스럽게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6년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는데, 필자는 이를 계기로 한국폐암환우회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결과 통지서에 ‘흉부 X선 검사는 폐결핵 진단 검사이며, 폐암 선별검사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이는 폐암 조기 발견을 위한 중요한 조치로, X선 검사로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게 될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현재 25% 수준인 폐암 1, 2기 발견율을 일본과 대만처럼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또 초기 폐암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보급 중인 폐암 환자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국내에서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앱에는 환자들이 처음 진단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 등 폐암 치료를 위해 필요한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다. 앱이 잘 보급되기 위해선 언론은 물론 정부, 의료계, 사회단체, 경제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폐암은 조기 발견 시 수술과 보조 항암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3∼4기 환자용 항암제는 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만, 1∼2기 환자가 수술 후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는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기 치료 후 건강하게 퇴원한 환자가 사회로 복귀하면 가족 및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건강을 위한 지출을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항암제가 승인되면 95% 이상 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일본에선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도 활발하다. 반면 한국은 항암제 보험 적용에 5년 이상 걸리며, 조기 발견을 위한 홍보도 미흡하다.
폐암 사망자를 줄이려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폐암을 조기 발견하고, 수술 뒤 보조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시켜야 한다는 게 이번 학회에 참석한 폐암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조정일 한국폐암환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