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13곳이 지정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 양지마을 등 3만6000여 가구는 곧 재건축 첫 단계인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할 것이다.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매년 2만∼3만 가구씩 재건축을 승인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하락이나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서 주변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수도권 주택 공급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 아파트는 내진구조를 적용했기에 골격은 튼튼하다. 다만 주택 배관이나 외부의 인프라는 세월을 거스를 수 없어서 부실할 수밖에 없다. 특별법을 제정해서 30만 평 이상 신도시의 인프라를 재정비하기로 했던 게 작년이다.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로 조성되고 입주한 단지들의 합이 신도시이므로 가능한 발상이었다. 특별법 제1조도 이 법의 목적은 노후 계획도시를 광역적, 체계적으로 정비해 도시기능과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미래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작년에는 분당 정자교가 무너졌고, 6년 전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온수 배관이 파열됐던 적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인명 피해가 있었다. 노후 인프라는 안전 못지않게 용량도 문제다. 30여 년 전과 달리 1인당 물 사용량은 하루 300여 L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1, 2인 가구가 늘면서 증가하는 주택 수를 감안하면 지금도 여유가 많지는 않다. 매년 주택 수가 늘면 5개 신도시 중 4곳은 조만간 상하수도 용량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공원, 학교, 도로 등도 변화가 필요한데 공원은 30여 년 전에 조성했던 대형의 중앙공원보다 소규모 네트워크로 변화를 주는 것이 1, 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이다. 자동차 수요와 유형이 크게 변하고 있으니 도로는 더 자세히 봐야 할 숙제다. 출생률 저하가 지속된다면 학교 규모는 큰 변수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노인 케어 공간이나 하늘길을 날아다닐 도심항공교통(UAM)처럼 30년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시설을 어디에 어느 규모로 배치하느냐도 고민된다.
우리 신도시는 공공 주도로 일시에 계획되고 건설됐다. 지금 시작하는 재정비는 민간 주도로 매년 일정 물량씩 진행될 것이다. 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은 이미 100곳이 넘는다. 시간이 지나면 요건을 맞추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므로 이번에 지정된 선도지구가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한다. 늘 하던 대로 개별 단지 재건축으로 간다면 굳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기존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으로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했어도 충분하다. 용적률 상향과 공공기여를 주고받고 주택과 조경, 주차 공간 정비에 집중한다면 기존의 재건축과 다를 바 없고 도시 내 인프라에 용량 부담만 줄 것이다. 도정법에 기반시설 정비를 덧씌웠던 것이 특별법이니 법 취지에 맞게 개별 단지보다는 도시 전체를 미래에 대응하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미래 인프라에 대한 고민 없이는 교량 붕괴나 상하수도 부족을 막지 못한다. 공원이나 학교도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고, 시대에 맞는 시설은 시도조차 못 할 것이다. 선도지구가 지정됐고 이미 단지 중심 재건축의 조짐이 보이는데, 공공과 민간의 인프라 선투자 유도 방안을 비롯해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