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전화도 못 보는 겁 많은 대통령 국민엔 불법 비상계엄… 통치행위 주장 “신속 탄핵” 외치는 이재명도 내로남불 사법부는 6개월 안에 2심·3심 결론 내라
윤석열 대통령(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어사전은 ‘비겁하다’를 ‘비열하고 겁이 많다’로 풀이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위와 외모로 보아 결코 비겁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참 비겁해 보인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 오전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 “임기 문제 등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한다”는 담화로 여당 탄핵 투표 불참을 유도했다. 2차 탄핵 표결을 앞둔 12일 담화에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고 말을 뒤집더니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그래 놓고 공조수사본부가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에 보낸 출석요구서도,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소추 의결서도 윤 대통령 측은 아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평생 ‘표범이 사냥하듯’ 수사를 해왔으나 정작 자신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사와 탄핵 재판을 받게 되니 겁이 나는 모양이다.
1차 탄핵 표결 전날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처형인 박선영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겁이 나서가 아닌가 싶다. 현행 ‘6인 체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경우, 한 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기각된다. 공교롭게도 이번 탄핵 심판의 주심이 정형식이다. 그러니 보험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야당에선 뇌물이라고 주장하는 거다.
국민의힘에서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대통령과 교감 아래 탄핵 심판을 늦추려는 꼼수로 보인다. 재판의 공정성과 헌법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헌재가 ‘9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방해 공작을 멈춰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에 비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겁이 없다.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서도 “나는 겁이 없다”고 썼다. 그래서 비겁하다고는 못 해도 비열하다고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형수 욕설, ‘난방 열사’로 알려진 여배우와의 염문설, 대선 패배 뒤 지지자들이 망연자실해 있을 때 홀로 잘살겠다고 방산 주식을 2억 원대나 사들인 것만 봐도 그렇다. 어린 시절 청소부였던 아버지가 썩은 과일을 주워 와 가족들에게 먹이곤 했다며 나이 들어 내 돈으로 신선한 과일을 사먹게 돼 후련했다고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 쓰더니, 경기도지사 시절 도 예산으로 2791만 원어치나 공무원을 시켜 사다 먹은 것도 마찬가지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선거법 강행규정 6·3·3(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종료)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의 경우 지난달 선거법 1심 징역 1년 판결이 나왔으니 내년 2월까지 2심, 5월까지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 이보다 오래 끌면 사법부가 이재명과 민주당 편에 섰다는 오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헌재도 180일 안에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며 석 달 안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쟁점이 간단하다고만 할 수도 없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에 대해선 비교적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해도 내란죄에선 치열한 법리 논쟁이 나올 거라는 전문가들이 있다. 법원과 헌재가, 아니 윤 대통령과 이재명이 서로 재판 속도를 놓고 내로남불 경쟁을 할 판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야말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이재명의 2심과 3심도 법대로, 원칙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때 모처럼 국회의 쓸모를 확인했듯, 지금은 사법부가 나라의 중심을 잡고 국민을 지켜줘야 할 때다. 그리하여 다음 조기 대선에선 비겁하거나 비열한 정치인들에 혹해 마음 주고 표도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