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AI) 캐릭터의 등장이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입니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짜여진 알고리즘대로만 동작하는 기존 게임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AI 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AI 캐릭터가 미래에는 ‘게임 친구’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크래프톤은 이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캐릭터를 의미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라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공개한 적용 사례는 ‘인조이’다. 인조이는 이용자가 신이 돼 게임 속 캐릭터인 ‘조이(사람)’를 만들고 그들의 인생을 설계하는 게임이다. 그는 “CPC 기술 덕분에 조이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사고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게임은 내년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표작인 ‘PUBG:배틀그라운드’ 프랜차이즈 내에서도 활용 방향을 찾고 있다. “총 좀 주워 줄래, 너는 필요한 거 없어?” 같이 게임 관련 대화를 AI 캐릭터와 나누고 소통하는 식이다. 이 본부장은 “기술 개발 수준은 이미 궤도에 오른 상태로 구체적인 형태는 내년 중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맥락을 파악해 적절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AI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 능력을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위해 게임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M)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챗GPT와 같은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며 “자체 SLM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 관리가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AI는 게임사들의 업무 형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크래프톤은 앞서 3월 전 직원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도록 하자는 전사 차원의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에까지 생성형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하는 등 오픈AI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를 고도화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사람이 하던 신작 반응 모니터링 업무까지 사내 AI 에이전트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신작 게임을 시연하거나 게임쇼에 선보일 때 스트리머들의 방송 채팅을 AI가 분석하고 좋은 피드백을 찾아 개발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향후 개발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게임 산업 다방면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유저들의 사랑을 더 오래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