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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300조 지원… 52시간제도 완화를”

입력 | 2024-12-19 03:00:00

공학한림원 반도체특위 첫 제언
“TSMC는 대만 공적자금으로 성장
설계~소부장 생태계 강력 육성을”



기사와 무관한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대만 TSMC에 대항하는 ‘KSMC’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연구 발표회에서 한국 반도체가 위기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 및 위기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올 2월 특별위를 발족한 후 10개월 만에 열린 발표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공학한림원이 반도체 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위 위원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TSMC는 설립 당시(1987년) 대만 정부가 운영하는 공적 자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한국도 정부 주도로 파운드리(위탁생산)부터 팹리스(설계),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에 이르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력하게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 주도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KSMC’로 이름 붙였다. TSMC는 대만반도체제조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영문 약자인데, T 대신 K를 쓴 것이다.

권 교수는 KSMC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팹(공장) 설립, 인프라 조성, 인재 교육 등 초기 투자 비용으로 20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투자 결과 10년 후 200조 원, 20년 후 300조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가장 큰 부가가치가 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오는데 한국은 역량이 뒤떨어진다”며 “우리도 대만처럼 체계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면 주변으로 글로벌 팹리스, 소부장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특별위는 또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조 경쟁력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공동위원장인 이 교수는 “한국 반도체가 우위를 보이던 메모리 기술력은 평준화 시대로 진입했고 대한민국 ‘비밀병기’인 부지런함이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 52시간제 때문에 30분만 더 일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퇴근하고 다음 날 일하면서 개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마치 전쟁하다가 시간 됐다고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 용인·평택을 중심으로 조성 중인 ‘메가 클러스터’에 장기적으로 300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20년 동안 100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업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개입해 30%는 공공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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