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野 “청소 대행이 주인 물건 쓰면 절도”… 與 “도넘은 巨野, 주인 노릇 하려해” 내란-김건희특검법 연말까지 논의… 野 “특검도 거부권땐 탄핵 검토”
기로에 선 한덕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실 증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대통령 놀이를 중단하라”며 “탄핵안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을 향한 도를 넘는 위협”이라고 반발했다.
● 韓, 야당 인사에 “6개 법안 거부권 불가피”
18일 총리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19일 오전 10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한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을 비롯해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평소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일부 지도부 인사들에게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 농해수위 의원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곡관리법 등 농업민생 4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반발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양곡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은 시행될 경우 예산이 너무 많이 드는 법안이라 정부 입장에서 찬성이 어려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총리실은 17일 정부로 이송된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해선 연말까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내란 특검법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는 등 위헌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당 “청소 대행이 주인 물건 쓰면 절도범”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을 향해 “대통령 행세 하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에 경고한다.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권한대행 자리를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며 “권한을 남용한다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청소 대행은 청소가 본분”이라며 “주인의 물건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면 절도범”이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거대 야당의 도를 넘는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행세 하지 말라면서 민주당은 주인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악법을 강요하는 것을 보면 진정 원하는 것은 마비와 혼란 아니냐”고 했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 통과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의 입법 오남용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만큼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헌법의 삼권분립이 마비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헌법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법률이 위헌·위법인 경우, 물리적으로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책 의견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