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리비아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기지에 있던 방공 장비와 첨단 무기들을 빼내 리비아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도 앞서 철수를 시작했다.
러시아는 아라비아반도, 유럽, 북아프리카, 지중해와 인접한 시리아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치로 활용해 왔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발발 뒤 아사드 정권에 다양한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제공해 왔다.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반군에 대한 공격을 진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리비아와도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 왔다. 리비아에선 2011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후 동부지역을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과 서부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리비아통합정부(GNU) 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LNA를 지원해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 줄’ 역할을 했던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은 이 지역의 공군기지를 이용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에 자리잡고 있는 리비아는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지중해와 접하고 있고, 이집트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또 큰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고위관리들은 LNA의 수장 칼리파 하프타르와 만나 벵가지, 투브루크 항구 장기 정박권에 대해 논의했다. 이 도시들은 이탈리아, 그리스에서 불과 500~7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WSJ에 러시아가 시리아 대신 리비아에 공군 및 해군기지를 건설한다 해도 시리아에서 잃을 손실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시리아 복무 이력이 있는 글렙 이리소프 전 러시아 공군 장교는 WSJ에 “리비아를 급유 기지로 삼으면 러시아가 수송할 수 있는 무게가 크게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