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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과 다른 현대적이고 복잡한 교훈을 주고 싶었죠”

입력 | 2024-12-19 13:27:00

새 영화 ‘무파사:라이온 킹’ 12월18일 공개
연출 맡은 배리 젠킨스 감독 화상 간담회
“1994년 작 교훈 단순해…달라져야 했다”
2017년 ‘문라이트’로 오스카 작품상 받아
소수자 정체성·인권 문제 집중적으로 다뤄
“지금껏 만든 작품과 주제 크게 안 달라”



ⓒ뉴시스


“생각해보면 1994년은 단순한 시대였습니다. 어린이가 영상 콘텐츠에서 배우는 교훈 역시 단순했죠. 30년이 지나고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배우는 것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1994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은 선악을 명확히 갈랐다. 착한 심바와 나쁜 스카 그리고 권선징악. 여기에 디즈니가 추구해온 공통 가치인 꿈과 희망과 가족에 관해 얘기했다. 이 작품을 계승해 30년 뒤에 나온 ‘무파사:라이온 킹’(12월18일 공개)은 달려졌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큰 맥락은 유지하면서 동시에 빛과 어둠의 기원에 관해 얘기한다. 빛은 어떻게 빛이 되는가 혹은 어둠은 왜 어둠이 됐는가. 그렇게 ‘라이온 킹’ 시리즈는 세계를 이분법으로 단순화하는 걸 거부하고, 진실에 가까운 복잡한 세상을 보여주려고 한다.

19일 화상 연결로 만난 배리 젠킨스(Barry Jenkins·45)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보다 진화하고 복잡해져야 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현대적 맥락에 맞는 교훈을 주고 싶었죠.”

이 얘기를 하는 게 젠킨스 감독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2017년 그에게 오스카 작품상을 안긴 ‘문라이트’는 소수자 중에 소수자인 흑인 동성애자 남성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음 담았고, 이듬해 내놓은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흑인에 대한 미국 사회에 구조적 차별을 비판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감독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출한 건 스티븐 스필버그와 기예르도 델 토로 정도. 두 사람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감독이었다면, 현실 문제를 직격해온 젠킨스 감독은 어쩌면 애니메이션과 가장 거리가 먼 연출가였다. 하지만 그가 “현대적 맥락에 맞는 복잡한 교훈”을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애니메이션을, ‘무파사:라이온 킹’을 만든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맞아요. 캐릭터도 다 동물이고, 스케일도 전작보다 훨씬 커졌죠. 그런데 이 작품의 주제는 제가 이제껏 해온 얘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무파사:라이온 킹’은 제목 그대로 심바의 아비 무파사의 얘기를 담았다. 무파사의 어린 시절과 그가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빌런 스카의 과거도 함께 다룬다. 원래 이름은 타카였던 이 사자는 어떻게 스카가 되고 말았나.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배웠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질 수 있죠. 무파사는 고아가 됐지만, 타카 가족을 만났고 타카의 어미 에셔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에셔는 무파사에게 우린 모두 평등한 존재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타카의 아비 오바시는 타카에게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아마도 그게 두 아기 사자의 운명을 바꿨다고 봅니다. 아마 무파사를 가르친 게 오바시이고, 타카를 가르친 게 에셔였다면 이들의 미래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이 작품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이와 함께 ‘무파사:라이온 킹’은 혈통으로 묶인 게 아닌 아웃사이더들이 이뤄낸 유사 대안 가족, 아버지의 역할 못지 않게 중요한 어머니의 역할, 고여서 썩어버린 기존 체제를 뒤엎는 새로운 체제에 관해 얘기한다. 젠킨스 감독은 “오리지널 영화의 세팅이나 내용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도 “이 세계를 더 깊고 넓게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 처음 나온 실사화 ‘라이온 킹’은 많은 부분에서 큰 비판을 받았다. 원작을 답습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과 함께 2D 애니메이션에서 역동적으로 표현된 동물 캐릭터 표정이 무미건조해지면서 감정 이입을 방해한다는 혹평을 들었다. 그러나 5년 뒤 나온 속편은 이런 단점을 상당 부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젠킨스 감독은 특히 캐릭터 표정에 대해 “2019년에 쓴 기술에서 한 단계 나아간 발전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관객에겐 인간의 표정에 관한 데이터가 쌓여 있습니다.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면 어떤 감정인지 단번에 알죠. 하지만 동물에 대해선 그렇지 못합니다. 우린 동물 표정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 또 어떤 선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만들언낸 겁니다. 또 카메라를 적극 활용해 동물의 비언어적 표현을 극대화햐려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4년 간 약 2억 달러(약 2880억원)를 쏟아 부어 만들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