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과 함께 나란히 수상 코미디언에서 작가로, 새 인생 시작한 고명환 인터뷰
작가 고명환.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누구에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다. 작가 고명환은 누구보다 극적인 경험을 하고 새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2005년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의사에게 “수일 내로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고명환의 마음 속에 ‘후회’가 가득 밀려왔다.
“34년간 난 무엇을 위해 그렇게 끌려다니며 살았나. 이 생각 먼저 들더라.”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하면서, 고명환이 가장 처음 한 일은 고전을 읽는 것이었다. 문병 온 지인들에게 “꽃이나 주스 말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문학책 하나만 사달라”고 했고, 병원에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해야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으며 살 수 있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코미디언이 무슨 작가냐고…드디어 인정받은 기분”
수없이 많은 고전을 읽고, 성공하는 삶의 방법을 깨친 그는 관련된 책을 썼다. 올 8월 26일에 발매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다. 이 책은 발매된 후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고명환은 제11회 교보문고 출판어워즈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과 함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명환은 “작가로서 인정을 받은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구매하신 분 중에 저인 줄 모르고 사신 분도 꽤 있었다”며 “’개그맨이 썼네? 괜히 샀네’라고 생각하셨다가 읽다 보니 내용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던 분도 있었다. 코미디언이라는 선입관이 작가로서 한계가 될 것 같았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작가로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어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저와 연관된 혈연, 학연, 지연, 30년 동안 연락이 안 된 분까지도 다 전화를 주셨다”며 “특히 한강 작가와 같은 상을 받는다는 기사가 나서 주변인들이 더 놀라워했고, 자랑스러워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돈 버는 법, 잘 사는 법…고전 속에 답이 있다”
그는 “사고 후, 계속 사업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4번을 말아먹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정도 독서력이 생기니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명환은 손자병법의 ‘이겨놓고 싸워라’, 칼 융의 레드북의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만 열려있다’ 등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2014년에 시작한 메밀국숫집은 10년간 매년 1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고, 그는 성공한 장사꾼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고 성공했다니 진짜냐고 생각하실 수 있다. 장사를 하는데 돈을 벌려는 의도를 갖지 말아야 한다니,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의미였더라. 돈을 버는 게 1순위가 아닌,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더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원래 연기든 뭐든 잘하려고 힘을 주고 애쓰면 잘 안된다. 오히려 긴장을 풀어야 한다. 장사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돈을 벌려고 하다 보면 그건 안 된다. 이전까지 했던 장사를 기억해 보면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작가 고명환.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매일 책 읽고, 쓰는 법? 하루 10쪽씩, 하루 한 줄부터 시작하세요”
새해가 다가오면, 많은 이들의 목표 중 하나는 ‘독서’와 ‘일기 쓰기’다. 결정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고명환은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잡지 말라고 조언했다. 적게 읽고 쓰더라도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그는 독서는 하루에 10쪽씩 하고, 글은 하루에 한 줄부터 써보라고 권했다.
‘작심삼일’에 실망하는 이들에게는 “365일 중 65일 정도는 좀 봐줘도 된다”며 “대신 포기하지만 말자”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제가 유튜브도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3년 정도 했는데 다들 대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대단하지 않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워 고통스러운 건 100일이면 지나간다. 나는 그걸 ‘신선한 고통’이라고 한다. 영원히 힘든 건 없다”며 “계속 읽으면 저절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한계를 내가 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런 능력이 다가오는 AI 시대에 대체할 수 없는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집필 예정…300억 모이면 도서관 지을 것”
지금도 책을 쓰고 있다는 고명환은 내년 출간을 목표로 ‘몸과 정신의 근육’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나중에는 에세이 등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고명환의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300억이 모이면 도서관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름도 벌써 지어놨다. ‘엉망진창 도서관’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역세권에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한 도서관은 이미 너무 많다.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왁자지껄한 도서관이다. 책 읽고 토론하고, 아이들은 떠들기도 하고…. 그래서 ‘엉망진창’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에너지를 맘껏 쏟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 ‘인생2막’은 삶의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반환점에 도약해 제2의 꿈을 펼치고 계신 분, 은퇴했지만 재능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분, 생소한 직업에 도전한 분의 다양한 사연을 기다립니다. (ddamansa@donga.com)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