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건설업 신사업 부상… 2027년 8조 원 시장 전망 삼성물산, 액침냉각 기술 개발… 현대건설, 자연에너지로 식혀 GS건설, 직접 부지 개발-운영… DL이앤씨, 지주사가 전폭 지원 대우-포스코-㈜한화도 경쟁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는 GS건설이 1월 준공한 지하 3층∼지상 9층, 82m 높이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들어섰다. 연면적 3만3710m², 40메가와트(MW) 용량 규모다. 1개 층 높이는 6.5m를 넘고 10만 대 이상 서버를 수용할 수 있어 ‘하이퍼 스케일’로 분류된다. GS건설 측은 “온도, 습도 등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 서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향후 개발, 시공, 운영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 전문성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시장이 국내 건설업계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정보기술(IT)이 고도화되며 단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주택 부문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주요 건설사들은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직접 용지 개발, 운영 등에도 뛰어들었다.
● 바람, 특수용액으로 서버 발열 잡아
액침 냉각은 데이터 서버를 전기가 흐르지 않는 특수 용액에 통째로 넣어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제공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준공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하이브리드 냉방시스템을 도입했다. 차가운 자연 공기를 활용해 서버실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단 황사, 꽃가루, 미세먼지 등이 많은 시기나 온도, 습도가 높은 시기엔 사용하지 않는다. 서버에서 나오는 배기열은 사계절 온수 공급과 겨울철 도로가 얼어붙는 것을 막는 데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현대건설 측은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개발해 전력 효율 지수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고 했다.
● 단순 시공 넘어 부지 개발, 운영까지
GS건설이 올해 1월 준공한 경기 안양시 호계동 ‘에포크 안양센터’ 전경. 약 3km 거리에 있는 변전소 2개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비상 상황 대처 능력을 높였다. GS건설 제공
대우건설은 내년 1월 서울 서초구에 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3만714m² 규모 데이터센터 준공을 앞뒀다. 첫 준공 실적으로 서울 내에 입지해 경쟁력을 갖췄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12월 경기 고양시에 지하 3층∼지상 7층, 연면적 2만1970m² 규모 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 규모 7.0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바닥인 슬래브에 설치해 하중을 기둥으로 전달하는 부재)에 특허기술 ‘포스 에이치’를 적용했다.
데이터센터를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해 소통을 강화한 곳도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9월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준공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운영동을 보안이 중요한 전산동과 별도로 분리 조성해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AI, 자율주행 등 IT가 발달하고 이용자가 서버를 빌려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편화하면서 데이터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는 10만 대 이상 서버를 운영하는 하이퍼 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2년 374억 달러에서 2032년 3485억 달러로 매년 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 원에서 2027년 8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