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 “소형언어모델로 대화능력 고도화 미래엔 ‘게임친구’ 역할 대신할수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AI) 캐릭터의 등장이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입니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사진)은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가 게임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짜인 알고리즘대로만 동작하는 기존 게임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AI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2022년 신설된 크래프톤의 딥러닝 본부는 AI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곳으로 이 본부장은 크래프톤의 AI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게임사들이 AI 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게임의 재미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AI가 게임 제작을 효율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 경험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 전망했다. 가장 먼저 적용한 게임 사례는 ‘인조이’다. 인조이는 이용자가 신이 돼 게임 속 캐릭터인 ‘조이(사람)’를 만들고 인생을 설계하는 게임이다. 그는 “CPC 기술 덕분에 조이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사고하고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게임은 내년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대표작인 ‘PUBG: 배틀그라운드’ 내에서도 활용 방향을 찾고 있다. AI 캐릭터와 “총 좀 주워 줄래, 너는 필요한 거 없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식이다.
맥락을 파악해 적절한 답을 내놓는 AI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 능력을 고도화해야 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위해 게임에 특화된 소형언어모델(SLM)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챗GPT와 같은 외부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며 “자체 SLM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활용하면 게임 개발 비용과 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 최근 선보인 AI 음성 기술 ‘디토’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본부장은 “디토는 5초 정도의 짧은 음원만 가지고도 목소리와 말투를 정확하게 따라 하는 기술”이라며 “대사마다 성우의 목소리를 일일이 녹음할 필요가 없어져 섭외 비용과 녹음 시간을 감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사람이 하던 신작 반응 모니터링 업무까지 사내 AI 에이전트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 본부장은 “게임 산업 다방면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유저들의 사랑을 더 오래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