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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제소장들 “高환율-高관세 리스크 커 신인도 회복 절실”

입력 | 2024-12-20 03:00:00

한자리에 모여 위기 극복책 논의
“정책 흔들림 없이 진행, 신뢰 주고
재정 조기집행으로 경기 부양을
당분간 규제 신설-강화 지양해야”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으로 인한 관세 인상, 보조금 철폐 관측 등 ‘대외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 급등 리스크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9일 장 초반 145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환율이 최대 불확실성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내 정치 혼란이라는 대내 리스크에 미국발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등 대외 리스크가 겹쳐 환율 불안이 커진 탓이다.

19일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의 경영경제연구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선 고환율-고관세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대응책이 논의됐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해 삼성, 현대차, LG 등 7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한 경제현안 간담회에서도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 김견 HMG경영연구원장,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연구소장들은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 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 및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며 “비우호적 대외환경으로 수출 경쟁력마저 약화된다면 향후 수년간 한국 경제 반등 모멘텀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환율 불안이 이어졌던 2016년 탄핵 정국과 비교해선 “해당 시기엔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 개선 효과가 (달러 강세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 단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지만, 최근엔 (수출) 물량 확대가 과거보다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 시장에서의 국내 제품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보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가 한국 경제가 정상 작동 중이란 신뢰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담회에선 “정부·국회가 국정 운영 안정에 힘쓰고, 거시지표 관리, 대외신인도 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예정된 경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재정 조기 집행 등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는 한편 당분간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의 신설·강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내년도 사업을 논의하는 연말 전략회의를 비상회의 체제로 가동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 데 이어 LG전자도 20일 조주완 사장 주재로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LG전자 본사 및 각 사업본부 경영진과 해외 지역 대표, 법인장 등 300여 명이 현장·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주로 원자재 부담이 높은 배터리, 석유화학, 전자기기 등이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흥시장 매출을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대폭 조정될 것으로 보여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전했다.

하루빨리 미국 트럼프 차기 행정부발 고관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 외교채널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이 미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해 (한국이) 미국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대미 소통외교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단순한 경제교류를 뛰어넘어 ‘전략적 경제협력 관계’임을 트럼프 정부 측에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