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진보-사회 이슈 담은 신조어
지난해 마그달레나 저니키고에츠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팀이 뉴사이언티스트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스템브리오(Stembryo)’를 만들었다. 사진은 현미경으로 스템브리오를 촬영한 모습이다. 저니키고에츠 교수팀 제공
● 인간 배아 연구 ‘스템브리오’-폭염 원인 ‘히트돔’
북미 지역에 형성된 ‘히트돔(heat dome)’을 나타낸 그림. 히트돔은 뉴사이언티스트가 꼽은 올해의 단어 중 하나다. NOAA 제공
그러자 스템브리오 연구를 둘러싼 연구 윤리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영국 과학자들은 올해 7월 스템브리오에 관한 자발적 지침을 발표했다. 스템브리오를 배양하는 기간을 자유롭게 하되 스템브리오 연구를 감독하는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스템브리오 같은 인공배아 기술에 대한 생명 윤리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뉴사이언티스트가 선정한 또 다른 올해의 단어는 ‘히트돔(heat dome·열돔)’이다. 히트돔은 뜨거운 고기압 기단이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한 지역에 머무르며 냄비 뚜껑처럼 따뜻한 공기를 가두고 차가운 공기와 새로운 기상 전선을 차단하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올해 남부 유럽과 미국, 한국의 폭염이 히트돔에 의해 발생했다는 분석 결과가 있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히트돔의 지속 시간과 발생 빈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동(wave)과 입자(particle)의 합성어인 ‘웨이비클(wavicle)’도 뉴사이언티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파동은 진동하는 에너지, 입자는 물질이라는 성질이 강조되는 단어다. 과학자들은 100년 전부터 대다수 입자가 끊임없이 진동하는 작은 파동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빛이 파동이자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밝혀낸 것이 대표적이다. 아인슈타인의 발견은 결국 양자역학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최근 양자역학이 물리학계를 이끌면서 입자가 파동성을 동시에 가졌다고 보는 단어 웨이비클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문제가 있는 용어를 걸러내는 알고리즘을 피하고자 일부러 철자를 틀리게 만든 대체어 ‘알고스피크(algospeak)’, 외로움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는 단어 ‘어론리니스(Aloneliness)’ 등이 올해의 단어로 꼽혔다.
● 옥스퍼드대 출판부, ‘브레인 롯’ 선정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행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달 초 올해의 단어 ‘브레인 롯(brain rot·뇌 썩음)’을 제시했다. 브레인 롯은 과학기술계도 주목하는 사회 현상으로 최근 사람들이 SNS에서 의미 없는 쇼트폼 콘텐츠 소비 등에 몰두하는 행동을 표현한 단어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저급한 온라인 콘텐츠, 특히 SNS를 과잉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기 위해 브레인 롯을 올해의 단어로 제시했다”며 “2024년에 새롭게 두각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는 아동, 젊은층의 자극적인 콘텐츠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