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지 씨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W-펜싱클럽에서 펜싱 사브르 공격(팡트) 자세를 취하고 있다. 4년 전 풋살을 시작한 그는 펜싱 경기를 보다 흥미를 느껴 올 4월부터 펜싱 칼을 잡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풋살은 5명이 플레이하다 보니 공격 및 수비 상황에서 제가 실수하면 팀에 해를 끼치게 되잖아요. 반대로 제가 잘하면 팀에 도움이 되고…. 한마디로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공의 위치에 따라 다소 여유를 찾을 수도 있죠. 그런데 펜싱은 오직 저에게만 집중하며 상대와 겨뤄야 합니다. 딴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스텝을 앞뒤로 오가며 칼을 휘두르다 보면 1시간이 금세 지나갑니다.”
박 씨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 1시간씩 펜싱을 하고 있다. 종목은 팔과 머리를 포함해 상체를 찌르고 벨 수 있는 사브르다. 엘리트 선수 출신인 원남영 대표(40)의 지도를 받고 있다. 원 대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원우영 국가대표팀 코치(42)의 동생이다. 원 코치는 8월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남자 대표팀을 지도했다. 사브르는 한국이 올림픽 무대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어서 국내 마스터스들에게도 인기다.
펜싱의 기본자세는 앙가르드(공격이나 수비를 동시에 준비하기 위해 선수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자세). 뒷발이 측면, 앞발이 전방을 향한 상태에서 양발을 어깨너비 정도로 벌리고 칼을 전방으로 향해 든다. 이 상태로 전진(마르셰)과 후퇴(롱페)를 반복하다 앞발을 앞으로 굽히며 공격(팡트)한다. 공격 동작이 ‘런지’를 닮아 영어권에선 런지라고 하기도 한다. 전진할 때나 후퇴할 때 양발이 교차되면 안 된다. 전진할 땐 앞발이 먼저, 후퇴할 땐 뒷발이 먼저 움직인다. 초보자들은 이 동작을 반복해 숙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자세를 익히기 위해 앙가르드 자세로 1시간 서 있기도 한다. 이 동작이 제대로 돼야 칼을 잡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펜싱장에선 약 18m 피스트 위에서 앞뒤로 오가는 운동을 가장 많이 시킨다. 운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마스크 쓰고 칼 잡고 상대와 겨루다 보면 머리에 칼을 맞을 때 ‘땅’ 하는 소리, 칼이 맞닿을 때는 ‘쨍’ 하는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마치 제가 영화에 나오는 칼잡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공격해 목표 지점을 제대로 찌를 때의 기분도 짜릿하죠. 그리고 제가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라 머리가 복잡한데 펜싱을 하면 1시간 동안 딱 이것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박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1년엔 풋살을 시작했다. 평소 좋아했던 손흥민(토트넘)을 따라해 보고 싶었다. JN스포츠란 여성 풋살팀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윌브 FC에서 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시절이라 마스크를 쓰고 축구를 했지만 재밌었다. 공을 다루고 동료들과 협력 플레이로 골을 잡아내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펜싱에 집중하면서 가끔 풋살도 즐기고 있다.
“펜싱을 배우기 전에는 플레이 전개가 워낙 빨라 어떤 기술로 포인트를 땄는지 해설위원이 설명해도 잘 몰랐죠. 펜싱을 배운 뒤 파리 올림픽을 봤을 땐 해설위원이 설명하는 게 뭔지 알게 됐죠. 보는 재미가 훨씬 좋았죠. 사브르 남자 2관왕 오상욱, 사브르 여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윤지수를 보며 정말 행복했어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