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저항선으로 꼽히던 1450원을 돌파했다. 국내 정치 혼란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와중에 미국 연준발 악재까지 덮친 탓이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내년에는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내년 기준금리(중간값) 전망치를 당초 3.4%에서 3.9%로 올리고 인하 횟수도 4회에서 2회로 축소한 것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불붙일 것을 우려한 조치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예고에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19일 16.4원 급등한 1451.9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50원을 웃돈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조만간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내년 1%대 저성장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입 물가를 높여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소비 및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우려가 크다.
더 심각한 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마저 내년부터 1%대로 추락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내년부터 5년간 연평균 1.8%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40년대 후반엔 0.6%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급감하는 가운데 혁신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고 구조개혁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