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개발… 마이크로 군집 로봇 1000개로 구성된 무리… 장애물 넘고 물체 운반 액체 속에서도 작동 “인체 동맥 치료 등… 다양한 활용 기대”
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군집 로봇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 군집 로봇은 장애물을 밀어 옮기거나 곤충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혈관을 모사한 관에서 이물질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Device/Yang and Won et al. 제공
국내 연구팀이 자기력으로 움직이는 매우 작은 군집 로봇을 개발했다. 개미처럼 떼를 지어 장애물을 치우거나 알약을 들고 물을 건너기도 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위정재 한양대 유기나노공학과 교수팀은 자기력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마이크로 군집 로봇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18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공개했다.
여러 로봇이 집단으로 협력하는 군집 로봇은 단일 로봇으로 수행이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로봇 일부가 기능하지 못하더라도 전체 시스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아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로봇 바깥 부분은 플라스틱인 에폭시 소재로 이뤄졌고 안쪽에 강한 자성을 띠는 네오디뮴-철-붕소(NdFeB) 입자들이 들어 있다. 회전하는 자석으로 만든 외부 자기장은 로봇 내부 자석이 자성을 띠는 각도를 조절해 군집 로봇이 모이는 밀도나 모양을 제어한다. 연구팀은 로봇들을 길게 정렬하도록 해 막대 모양을 만들거나 45도 방향으로 연결된 지그재그 모양으로 조립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군집 로봇은 단일 로봇보다 약 350배 무거운 물체를 들어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장애물을 밀어 넘어뜨리거나 로봇 길이보다 5배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임무도 성공했다. 직접 물체를 움직일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사물의 가이드 역할도 해냈다. 군집 로봇으로 개미나 애벌레의 이동 경로를 제한해 특정 공간이나 먹이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군집 로봇이 혈관을 모사한 얇은 관에서 이물질을 밀어내고 있다.
위 교수는 “각 로봇의 모양과 자기적 특성이 균일하다”며 “효율적인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집 로봇은 막힌 동맥을 치료하고 유기체를 안내하는 등 하나의 로봇이 처리하기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군집 로봇은 아직 복잡하고 제한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실제로 응용되려면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연구에서는 로봇이 움직이는 궤적의 실시간 제어 능력 등 군집의 자율성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