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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패 뒤 첫 승 김태술 “비난, 예쁜 말로 바뀔 것”

입력 | 2024-12-20 03:00:00

현역 은퇴 뒤 3년 해설위원 등 활동… 지도자 경험 없이 시즌중 소노 부임
데뷔 감독 최다인 8연패 마음고생
“첫 승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라
그래도 결국은 해 낼 자신감 있어”




지난달 28일 DB전부터 갑작스럽게 팀을 맡게 된 김태술 감독은 18일 KT전에서 사령탑 데뷔 8연패 끝에 첫 승을 맛봤다. KBL 제공

“시간이 걸릴 줄은 알았지만 첫 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김태술 프로농구 소노 감독(40)은 18일 KT와의 안방경기에서 75-58 승리를 이끌며 사령탑 데뷔 9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전임 김승기 감독이 선수 폭행 사태로 물러나고 지난달 28일 DB전부터 팀을 이끈 김 감독은 8경기를 내리 패하며 프로농구 역대 감독 데뷔 후 최다 연패 기록을 썼다.

KT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는 소노 선수들. 소노는 이날 승리로 구단 최다 기록인 11연패에서도 탈출했다. KBL 제공

연패 기간 “그동안 감독님들이 왜 잠을 못 잔다고 하셨는지 알겠다”던 그는 “(첫 승 후) 오히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또 잠이 안 오더라. 이러나저러나 잠은 잘 못 자는 직업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원래 건망증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보니 휴대전화를 자꾸 놓고 다닌다”며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게 나오다 보니 늦어도 오전 6, 7시면 눈이 떠지더라. 원래는 일어나 본 적이 없던 시간”이라며 웃었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SK로부터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 감독은 2020∼2021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그가 은퇴 의사를 전하자 당시 소속팀 DB는 지도자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그는 지도자 생활에 별 뜻이 없었다. 은퇴 후 3년간 방송 출연, 해설위원,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집중했다. 소노 사령탑을 맡기 전 지도자 경력이라고는 지난해 연세대에서 한 달간 코치를 한 게 전부였다.

김 감독은 “그것도 (고려대와의) 정기전을 앞두고 딱 한 달만 도와주면 된다고 해서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라며 “(연세대) 선수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도자가 굉장히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고 한 달 뒤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해설을 하는데 일본 농구가 아주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빠르고 정확하더라. 그런 농구를 보니 가슴이 뛰었다. ‘내가 하고 싶은 농구가 저런 스타일이었는데’라는 생각에 지도자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일단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큰 기회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독서광으로 통했고 직접 책을 쓰기도 한 김 감독은 지도자 준비를 시작하면서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부터 펼쳤다. 김 감독은 “얼마 전까지 해설하다 온 사람인데 당장 선수들의 신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 또한 시간이 필요하고 내가 공부를 더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어떤 훈련을 하든 선수들이 ‘왜?’라고 물을 때 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팀은 비시즌에 훈련을 통해 ‘공부’를 하고 시즌이 막을 올리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즌 도중에 사령탑에 앉게 된 김 감독으로서는 소노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지 ‘벼락치기’를 하며 시험을 봐야 하는 셈이다.

국가대표 포인트 가드 출신인 김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에는 슈팅에 특화된 선수가 많다. 그런데 더 좋은 찬스를 보는 시야, 패스를 통해서 경기를 푸는 능력도 중요하다”며 “(요즘 선수들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이전보다 패스를 잘 주네’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훈련 도중 선수들에게 ‘너희 농구하는 거 보니 내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나는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다 보면 무조건 잘하게 될 테니 초반에 많이 두들겨 맞아도 결국 ‘한 번은 보여준다’는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다. 연패 기간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나중에는 예쁜 말들로 바뀔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