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대법 판결] 대법 ‘통상임금 판결’에 우려-반발 “추가 임금, 기업 당기순익의 14.7%” 노동계 “현실 바로잡은 판결” 환영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19일 나오자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렸다. 경영계에서는 연간 7조 원가량의 임금 부담이 추가돼 경영 환경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현실을 바로잡은 바람직한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경영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일시에 커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통상임금에 근거해 지급하는 휴일근로·야간·연장근로 수당 등이 한꺼번에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총에 따르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국내 기업들은 연간 6조7889억 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해당 기업들의 전체 당기순이익의 14.7%에 해당하고, 연간 9만2278명분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구조와 수준이 자꾸 법원에서 뒤바뀌게 되면 기업은 추가 비용을 상품 가격에 반영하거나 협력업체에 전가할 것”이라며 “예기치 않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정기상여금 외에도 최저근무일을 조건으로 내건 급여 및 추가 수당에 대해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며 “2013년 판결을 바탕으로 형성된 임금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내놨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실질적으로는 고정적 상여금임에도 ‘재직 중에 한정된다’ 등의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그동안 많은 혼란이 빚어졌다”며 “통상임금에 대한 현실을 바로잡은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통상임금 분쟁의 근원적 배경에는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각종 상여금과 수당 등을 신설하며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든 사용자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늦었지만 해석상 논란을 종식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등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통상임금의 요건 중 하나가 고정성이었는데 이번 판결로 해당 요건이 폐기됐다”며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가급적 조속히 관련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전문가와 함께 판결문을 분석한 뒤 관련 지침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입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의 모호성을 판결에만 의존할 수 없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 입법 등으로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금 항목이 너무 많아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노사가 함께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