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에 철강-화학 등 어려움 관세 활용해 국내산업 보호의지 “보복관세 등 득보다 실” 우려도 현대제철, 中열연강판 반덤핑 제소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로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산 저가 공세에 국내 철강, 석유화학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가 관세를 비롯한 무역 구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한중 관계 악화뿐만 아니라 중국의 보복관세 등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중국 전기차에 상계관세 부과 시사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8일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관세 관련 검토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근거 조항이 관세법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수사에서 수십 퍼센트에 해당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했다”며 “국내 산업 이해 관계자 등이 보조금 조사 신청을 해온다면 보조금 협정과 관세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정부가 관세 등을 활용해서라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금까지 한국은 무역 상대국의 산업 정책을 문제 삼아 상계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없다.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BYD는 내년 1월 국내 승용차 시장에 공식 진출하기 위해 정부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가 가성비를 앞세워 빠르게 세계 시장을 장악해 나가자 이미 각국은 관세를 부과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올 9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렸고, EU도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 값싼 중국산 맞서 국내 산업 보호 의지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산보다 가격이 최대 30%가량 낮은 중국과 일본산 철강재들이 유입되면서, 철강사들의 실적 악화가 심해지고 있다. 나아가 국내 철강 시장 자체가 교란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 상당수는 중국 경쟁 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 관세 신청 등 무역 구제 조치 신청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자칫 중국 당국의 대응 조치를 유발할 수 있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도 보복관세에 나설 가능성이 커 득보다는 실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을 들여와 비교우위가 있는 다른 제품의 생산에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세로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