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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장애인의 시설 접근권 방치, 국가 배상 책임”

입력 | 2024-12-20 03:00:00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못누려 피해”
2심 뒤집고 “위자료 지급” 직접 판결




국가가 장애인의 시설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9일 김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한 2심 판결을 뒤집고,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통해 직접 명령했다. 파기자판이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정부)의 개선 입법 의무 불이행으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평등권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봤다”며 “정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정부가 옛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을 오랫동안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위법한 것인지, 손해배상 책임까지 발생하는지 여부였다.

옛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은 편의점 식당 등 소규모 소매점의 경우 바닥면적이 합계 300㎡ 이상인 곳에만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 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바닥면적 합계가 300㎡를 넘는 편의점은 전국의 3%에 불과해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김 씨 등은 2018년 소송을 제기했고, 정부는 2022년 4월에야 바닥면적 조건을 50㎡로 강화했다.

대법원은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최초로 판시한 것”이라며 “장애인의 권리를 미흡하게 보장하는 행정 입법에 대해 사법통제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가 법원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