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레 흥국생명 수석코치와 전영아 심판.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첫 번째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입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블로킹을 하고 내려오는 선수 팔이 네트에 닿은 게 분명했는데 경기위원이 “터치 네트가 아닌 것으로 판독되었습니다”라고 발표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경기 도중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해 네트를 잡고 끌어내린 선수에게 주심이 제재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국배구연맹(KOVO)에 서징계한 사례가 여기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방문 팀 정관장이 19-17로 쫓긴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불렀습니다.
이때 다니엘레 흥국생명 수석코치가 뒷짐을 진 채 정관장 벤치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적지 않은 매체가 이 상황을 전하면서 ‘조롱’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고 감독은 이 경기 부심을 맡고 있던 전영아 심판에게 이에 대해 어필했지만 심판진은 결국 어떤 제재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규칙.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다만 가벼운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굳이 카드를 꺼낼 필요까지는 없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FIVB 판정 편람(便覽)은 “좋은 심판은 참가자가 경기 도중에 받는 압박감 때문에 평범하게 인간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과 의식적으로 스포츠맨답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는 걸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시는 “상대 팀에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표현 또는 온당하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하며 제재를 받는다”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심판진이 흥국생명 코치에게 아무 징계도 내리지 않은 건 이 행동을 가벼운 불법행위이자 평범한 감정 표출이라고 평가한 셈이 되는 겁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판정 편람. FIVB 홈페이지 캡처
이 코치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했는지 아닌지 따져 보고 한 게 맞는다면 이에 대한 벌을 내리겠다는 겁니다.
KOVO 상벌규정에 따르면 선수 및 코치진에게 대한 폭언 또는 불손 행위는 3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제재금 100만~3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심판진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건 아닌지도 당연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같은 KOVO 규정에는 심판이 규칙을 잘못 적용했을 때는 50만 원 이하로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일을 한 코치에게만 징계를 내리고 해야 하는 일은 하지 않은 심판은 아무 제재도 받지 않는 것도 불공정한 처사 아닌가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