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소돼 집행유예…‘미투 운동’ 이후 재심 청구 대법 “불법 체포·감금 상태서 조사 받았다 볼 여지”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에서 ‘56년 만의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 씨가 발언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 1964년 성폭력 가해자에 저항하다 상해를 입혀 중상해죄로 6개월여간 구속,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23.5.2/뉴스1
60년 전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에 대한 재심이 확정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날 최 씨가 낸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 씨는 형법학 교과서,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을 정리해 1995년 발간한 ‘법원사’ 등에 실린 이른바 ‘김해 혀 절단 사건’의 당사자다.
경찰은 최 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노 씨를 강간미수,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을 거치며 되레 최 씨가 ‘가해자’가 된 것이다. 반면 노 씨는 주거침입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그로부터 56년 후인 2020년 5월, 2018년부터 대두된 ‘미투 운동’으로 용기를 얻은 최 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2021년 2월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최 씨는 변호인단과 함께 노 씨의 혀가 잘렸는데도 정상적으로 병영 생활을 했다는 증거 자료를 토대로 부산고법에 항고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최 씨는 수사기관에서의 불법 구금에 의한 재심 사유를 주장하며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며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이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형법 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하며, 위 죄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422조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재항고인의 진술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사실조사를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