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X 동아닷컴 공동기획] 동아닷컴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세계를 누빌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창업 지원과 스케일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홍보에 이르기까지. SBA의 지원을 받고 성장할 스타트업의 실력을 동아닷컴의 스타트업 미디어 IT동아와 함께 살펴봅니다.
로봇은 사람이 하는 일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 안전하게 24시간 일한다. 덕분에 로봇은 제품 생산과 물류 이동, 시설 점검과 조리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활약한다. 하지만, 로봇이 모든 산업 부문에서 효용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부문에서 일할 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으면, 개발과 실증과 양산에 이르기까지 총 비용을 확보하지 못하면 로봇은 힘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업계는 로봇이 가장 잘 활약할 부문을 고르고, 기술과 비용을 집중해 그 부문에 알맞은 로봇을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 모든 것을 잘 하는 만능 로봇이 아니라, 특정 기능을 강화해 한 부문의 업무를 잘 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 그러면 로봇의 기술 개발과 도입 비용 전반을 줄이고 완성도는 높이기 쉽다. 최재원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와트도 이 전략을 구사한다.
건물 내 로봇 배송 솔루션 제임스를 소개하는 와트 임직원들 / 출처=와트
최재원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석사 과정까지 공부했다. 기술이 만든 다양한 혁신 사례를 체험한 그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의 공감을 이끌 로봇을 만들기로 마음 먹는다. 공유 킥보드 기업에서 제품 양산 경력을 쌓은 그는 후배 연구자와 함께 와트를 세운다. 지금보다 좋은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는 것,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을 활용해 가장 좋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철학도 만들었다. 이 철학은 자연스럽게 와트의 가치가 됐고, 이 가치에 공감하는 임직원도 속속 모였다.
와트의 주력은 ‘건물 내 배송 로봇 솔루션’이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지식산업센터 등 규모가 크고 층 수가 많은 건물 안에 배치해 물품을 24시간 무인 배송하는 솔루션이다. 무인 물품 보관 로봇 ‘W 스테이션’과 층간 이동 자율주행 로봇 ‘제임스’를 함께 운영하는 구조다.
W 스테이션 / 출처=와트
W 스테이션은 건물 내 임의의 구역에 자리 잡은 채 물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로봇이다. 물품을 받으면 W 스테이션은 부피와 송장에 쓰인 주소를 자동으로 파악해서 알맞게 분류한다. 크기가 큰 물품과 작은 물품, 2층에 갈 물품과 3층에 갈 물품 등을 분류하는데, 내부에 컨베이어 벨트가 있어서 무거운 것도 거뜬히 옮긴다.
제임스는 W 스테이션이 분류한 물품을 목적지로 옮기는 로봇이다. 물품 배송자가 직접 제임스에 물품을 넣고 목적지를 입력해도 된다. W 스테이션이 컨베이어 벨트로 물품을 전달하면, 제임스는 물품을 받아 몇 층의 어느 곳에 배송할지 정하고 스스로 움직인다. 배송 전 수령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기능, 이동 중 사람이나 장애물을 피하는 회피 기능은 기본이다.
제임스가 팔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모습 / 출처=와트
와트는 제임스의 차별화 기능으로 ‘팔’을 강조한다. 물품 배송 로봇도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 승강기를 탄다. 기존 제품은 승강기 호출과 층 지정을 무선 통신으로 하는데, 이 경우 전파가 닿지 않는 지하나 높은 곳에서 혼선을 빚는 일이 잦다. 배송지에 자동 문이나 카드 키 출입 시스템이 있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타워팰리스 아파트에서 W 스테이션과 와트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와트
W 스테이션과 제임스의 조합은 간결하지만, 다양한 효용을 발휘한다. 먼저 24시간 내내 물품을 받고 지정된 장소로 전달하므로 배송자와 운송자와 수령자 모두에게 편의를 준다. 배송자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언제든 물품을 보내면 된다. 운송자도 아침 이른 시간이든 저녁 늦은 시간이든 W 스테이션에 물품을 넣으면 된다. 수령자는 원하는 시간에 물품을 받으니 부재 중 배달된 물품이 분실될 우려를 줄인다.
와트의 건물 내 배송 로봇 솔루션은 물품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룬다. 새벽 배송한 신선 식품, 퀵 배달 주문한 서류, 일반 택배 등 모든 물품을 받아 자동 분류해서 무인 배송한다. 무인 배송인 덕분에 보안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건물, 여성 전용 오피스텔 등지에 배치하기 알맞다. 배송 속도도 하루에 아파트 단지 하나 물량을 무난히 소화할 정도로 빠르다.
LH기업지원허브에서 W 스테이션과 제임스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와트
와트는 건물 내 로봇 배송 솔루션 완성 후 우리나라의 대규모 오피스텔, 고급 아파트 단지와 상업용 오피스 건물 등지에서 실증했다. 경기도 판교 테크원 건물 오피스의 택배 배송, 서울 왕십리 오피스텔의 무인 배송, 서울의 한 유명 아파트 단지의 층간 배송과 대학의 기숙사 택배 배송을 성공리에 마쳤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건물 내 로봇 배송 솔루션의 효용을 증명한 와트는 일본으로 눈을 돌린다. 일본은 택배를 포함한 물품을 배송할 때 반드시 대면 확인 절차를 거친다. 물품을 전달하는 운송자와 수령자가 만날 시간을 미리 논의해야 한다. 시간을 서로 맞춰야 하기에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도 낮다. 여기에 와트의 솔루션을 적용하면 배송자는 건물 방문 횟수를 줄이고, 수령자는 원하는 시간에 물품을 수령하니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약한다.
지웰홈스 왕십리에서 W 스테이션과 제임스를 실증하는 모습 / 출처=와트
일본 진출을 결정한 최재원 대표는 곧 든든한 원군인 서울경제진흥원(SBA)를 만난다. SBA는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활용해 와트의 일본 진출을 도왔다.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 교육과 멘토링, 일본 주요 대기업과 투자사 매칭 등이다. 자금 지원도 받았다. 덕분에 와트는 일본의 한 대형 부동산 기업을 만나 제품을 소개했고, 투자 기업과 만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주요 물류 기업과 현지 기술 실증을 성공리에 마치면서 로봇 수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지금은 2025년부터 이어질 공동 사업을 준비 중이다.
건물 내 배송 로봇 솔루션의 개발과 생산, 실증와 해외 진출 등 성과를 거둔 최재원 대표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와트는 로봇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하고 생산한다. 그러려면 기술 개발 역량과 로봇 생산 자금 모두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에서 W 스테이션과 제임스를 소개하는 와트 / 출처=와트
비용을 생각하면 로봇을 외주 생산할 만도 하지만, 최재원 대표는 반드시 와트 스스로 로봇을 연구하고 만든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자신이 고안한 기술을 온전히 반영하고 고도화하려면, 내부 역량을 가지려면, 로봇 공급망을 안정하려면 꼭 자체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다.
이 고집을 유지한 채, 와트는 2024년 건물 내 배송 로봇 솔루션의 실증을 마치고 시제품을 완성했다. 시제품을 일본 대형 물류 기업과 우리나라 건설 기업에 소개해 관계자들의 눈길도 끌었다. 이 노력을 토대로 2025년 와트는 건물 내 배송 로봇 솔루션을 실전 배치한다. 배송 데이터를 모으고 로봇 기술을 고도화해서 더욱 다양한 기업의 요구에 만족할 계획도 세웠다. 이후 로봇 양산 체계를 만들어 매출 규모를 늘리고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재원 대표의 계획이다.
연구 중인 최재원 대표와 와트 임직원들 / 출처=와트
최재원 대표는 “회사 이름은 증기 기관을 상용화해서 세계의 산업 혁명을 이끈 제임스 와트에서 따 왔다. 와트는 로봇의 하드·소프트웨어와 모터 기술을 통합 개발하는 기술력을 앞세워 배송 로봇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 나아가 복잡한 일도 해내는 양팔 배송 로봇을 선보여 와트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배송 부문에서 발휘할 효용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