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9일(현지 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과도적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조만간 한미 고위급의 대면 접촉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것과 달리 한 권한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해 온 캠벨 부장관은 ‘아시아 차르’로 불릴 만큼 역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언론 간담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몇 주 내의 적절한 시기에 한국과 고위급 대면 접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엄 사태 직후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연기됐다. 당초 한국과 일본을 모두 방문하기로 했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장관 또한 방한을 취소하고 일본만 찾았다. 즉 캠벨 부장관의 이번 발언은 계엄 사태로 단절됐던 양국의 고위급 외교와 소통을 적극 재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한 권한대행을 비롯한 한국 과도정부뿐 아니라 다른 행위자들과도 “가능한 모든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여야 정치권과 폭넓게 접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캠벨 부장관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지인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도 언급하며 “전쟁 지역이기에 (당연히)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음 달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한의 외교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북한과 러시아와의 협력이 더 깊어졌고 북한이 (최근) 취한 일부 조치는 도발적이어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북한 의제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현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틈타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시기에 북한의 도발이 없어야 하며, 우리가 전면적으로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의체 ‘오커스’를 포함해 현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상당부분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또한 “(중국 견제를 위한) 오커스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20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는 제이비어 브런슨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취임식이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9월 브런슨 사령관을 발탁했고 같은 달 의회 인준을 거쳤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