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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에 ‘미사일 결투’ 제안…젤렌스키 “푸틴은 미친 사람”

입력 | 2024-12-20 17:30: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2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라며 “언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인)을 만날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2024.12.20. [모스크바=AP/뉴시스]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년 가까이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우크라이나와 타협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서방을 향해 ‘미사일 결투’를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미친 사람”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에 자국 편을 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각자 우위와 정당성을 강조하며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4시간이 넘는 마라톤 기자회견을 소화하며 러시아가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침공 뒤인) 지난 2~3년간 훨씬 더 강해졌다”며 “러시아 군대의 전투 준비 태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타협할지 묻는 미국 NBC 기자의 질문엔 “항상 대화와 협상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지만 상대방(우크라이나)이 협상을 거부했다”면서도 “트럼프를 만나면 논의할 것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2월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며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2022년 일을 시작했다.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고 했다.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로 시험 발사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나무)’의 성능을 의문시하는 지적에 대해선 공격적으로 맞섰다. 그는 “서방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타격 목표를 정하도록 하자. 서방은 이 목표물에 미사일 방어력을 집중할 것이다. 러시아는 오레시니크로 이 목표물을 공격할 것”이라며 “우리는 준비됐다”고 제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4.12.20. [브뤼셀=AP/뉴시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그(푸틴)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며 “정말 위험하고 사람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미사일 결투’ 제안에 대해선 “정말로 제정신인 사람 같나”라고 반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스트롱 맨(strong man)’이고, 나는 정말로 그가 우리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 전쟁이 터졌을 때 그는 대통령이 아니었으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그와 더 논의하고 싶다”며 “정치인 혹은 사업가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 같은 감정을 갖고 같은 가치를 지닌 인간이므로 그도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이 제공하는 안전보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진짜 안전보장은 현재 혹은 미래의 나토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돼 안전을 보장받고 싶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