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세계/조지 맥개빈 지음·이한음 옮김/336쪽·2만2000원·알레
영국의 생물학자로 세계 곳곳으로 곤충을 찾아 떠나 연구했으며, BBC 자연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대중에게도 익숙한 저자가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들이 때론 하찮게까지 여기는 곤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흥미롭고 기이한지를 쉽고 유쾌하게 설명한다.
우선 곤충은 인류보다 훨씬 먼저 지구에 나타나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 그럼에도 ‘머리 가슴 배’라는 기본 체제는 오랜 시간 유지됐는데, 저자는 이것이 생존을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벽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곤충의 총 생물량은 사람과 가축을 더한 것보다 10배 이상 많다. 게다가 인간에게 ‘아낌없이’ 퍼준다. 꿀(벌)과 실크(누에나방)를 제공하고, 영국군을 상징하는 군복인 레드코트를 물들이는 염료(깍지벌레)를 주며, 사람의 손길로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제거하고 항균 작용(구더기)까지 해준다.
책은 인간이 한 행위로 지구의 환경이 변해가는 ‘인류세’로 곤충이 맞은 위기를 일깨운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과 공존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인 지금을 놓치지 말자고 강조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