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땅 빼앗으려 한 석유 기업 아마존 85개 마을 승리의 기록 원주민서 환경 운동가 된 저자… “아마존 구하기는 곧 세상 구하기”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네몬테 넨키모, 미치 앤더슨 지음·정미나 옮김/552쪽·2만5000원·알에이치코리아
저자 네몬테 넨키모와 아마존의 와오라니족 주민들이 2019년 자신들의 땅을 지켜낸 에콰도르 법정에서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넨키모는 “아마존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고향인 어머니 대지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 Amazon Frontlines
“판사는 판결문 낭독을 이어 나갔지만 우리는 이미 듣고 싶던 말을 다 들었다.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석유 경매는 불법이라고! 서류는 무효라고! 우리 땅은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이들의 연대는 원주민들의 땅을 석유 기업들에 경매로 부치려는 계획에 맞서 승소하고 서울 면적의 3.3배인 2000㎢를 지켜냈다.
열세 남매 중의 딸로 태어난 저자 넨키모의 유년기는 독 묻힌 바람 화살로 사냥을 하고 병이 들면 주술사를 찾아가는 시절이었다. 코오리(백인)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맛난 음식과 세탁기 등 신기한 도구들을 지닌 코오리는 배설도 하지 않을 거라고 원주민들은 상상했다.
코오리는 ‘돈’과 ‘종교’라는 두 얼굴로 접근했다. 넨키모의 아빠도 활주로 만드는 일에 동원되면서 가족은 터전을 떠났다. 석유회사는 자신들을 반대하는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불렀고 환경운동가는 악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백인 소녀 스테파니의 파란 눈과 흰 피부를 동경한 넨키모는 희고 고른 이를 갖고 싶어 어금니를 뽑기까지 했다. 스테파니처럼 되고 싶어 세례를 받고 ‘이네스’가 된 뒤 가족들의 동의 아래 고향을 떠나 코오리들의 선교단에서 생활하게 됐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선교사 가족의 성착취였다.
선교단을 떠나고 7년이 흘렀다. 내면의 상처를 숨기고 살던 넨키모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것은 ‘부족을 지키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이야기와 언어’라는 오빠 오피의 말이었다. 든든한 조력자도 생겼다. ‘코오리’로 환경운동 작가이자 이 책의 공저자인 미치는 용기와 사랑을 가져다주었다. 풍습도, 말도 다른 아마존 마을들의 합심과 연대를 이끌어 내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전 세계의 공감과 법정에서의 승리를 가져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