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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워싱턴DC, 치열한 경쟁 끝 美 수도 된 사연

입력 | 2024-12-21 01:40:00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김동섭 지음/424쪽·2만2000원·미래의창




1783년 파리 조약을 통해 미국의 독립전쟁이 끝난 뒤에도 아메리카 대륙의 혼란은 이어졌다. 독립이라는 기쁨은 잠시, 당시 13개 주가 수도 유치를 위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인 것. 결국 무역 중심지였던 뉴욕에서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업무를 보기 시작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 수도’였다. 뉴욕엔 각종 연방 기관이 들어설 부지가 부족했다. 대통령조차 타인의 사저를 빌려 사용했고, 심지어 호텔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던 1890년 11월 미국 의회와 존 애덤스 대통령이 포토맥 강변에 정착했고, 워싱턴DC가 미합중국의 수도로 공표된다. 미국이 독립한 지 7년 만이었다. 세로로 길게 늘어선 당시 13개 주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어느 곳에도 접근하기 좋다는 이점 등이 고려된 결과였다.

각 나라의 수도가 정해진 배경을 살펴보며 그 나라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책.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처럼 고대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뿐 아니라 캐나다처럼 토론토와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가 아닌 오타와에 수도를 정한 ‘의외’의 배경도 짚어본다.

세계사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수도들은 서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 중동 지방에서 그리스, 로마로, 다시 파리에서 런던으로 이동한 힘의 중심은 이제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면 태평양 넘어 동아시아 수도의 시대가 올 것인가. 수도의 역사로 세계사를 꿰뚫을 수 있다는 점이 새삼 흥미롭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