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앞을 지나다 보면 뭐라고 딱히 부르기 힘든 기분이 들어 걸음이 빨라진다. 정신분석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이런 느낌을 ‘운하임리히(unheimlich·영어로는 uncanny)’라고 불렀는데 적당한 번역어를 찾기 힘들다. 어떤 이질적인 것을 접했을 때 그것이 호기심을 갖게 하는 이질감이 아니라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피하고 싶은 이질감일 때 그런 말을 사용한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다른 무속인과 함께 점집을 운영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경기 안산시의 한 반지하주택에 자리 잡은 이 점집의 현관문에는 만(卍)자가 쓰여 있고 북어 등 굿이나 제사에 사용되는 물품도 놓여 있다고 한다. 단순히 무속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무속인이 된 예비역 장성이라면 “내가 신(내림)을 받거나 한 건 아닌데 웬만한 사람보다 (점을) 더 잘 본다”고 한 김건희 여사의 눈높이에서도 모자랄 게 없다.
▷김 여사는 “남편도 약간 영적인 끼가 있어서 나랑 연결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후보 토론회에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와 께름칙한 느낌을 주더니 그가 12·3 비상계엄으로 갑작스러운 파국을 맞는 국면에서 또 다른 무속의 고리가 드러났다. 대통령 부부의 심령 지도자 행세하는 천공, ‘여성적인’ 윤 대통령과 ‘남성적인’ 김 여사를 중매했다는 무정, 대선 캠프와 코바나컨텐츠에서 공히 활동한 건진 등 지금까지 알려진 사람들 외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따라 들어가 보니 ‘안산 보살 노상원’이 있었던 것이다.
▷조선 고종 때 민비는 임오군란으로 쫓겨났다가 환궁하면서 자신의 환궁 날짜를 맞힌 박창렬이라는 무녀를 데리고 들어와 그를 언니라고 부르며 관우신을 모신 동묘를 지어 머무르게 하고 국(國)무당으로 세워 국사(國事)까지 의논했다. 중요한 역사는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笑劇)으로. 민비의 무속 집착은 망국으로 이어졌지만 반지하 점집에서 설계되고 패스트푸드 점에서 논의된 계엄은 우스꽝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