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내달 출범] “中에 해양패권 경쟁 역량 밀려”… 선박 건조 장려-세제 혜택 등 규정 동맹 협력도 강화… 통과땐 韓 수혜 “트럼프측, 韓 역량 꼼꼼히 따져물어”
미국 의회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는 데 중요한 조선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9일(현지 시간)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 및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인이 소유한 선박만 미국 내 항구를 오갈 수 있도록 규정한 ‘존스법’ 등으로 미 조선업과 해군력이 쇠퇴하면서 급성장한 중국 조선업 및 해군력에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조선업 강국 한국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의 28%를 건조해 중국(51%)에 이은 세계 2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 또한 지난달 우리 정부에 조선·해운 협업 방안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해양 패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해 이 분야에서 동맹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1월 20일 출범 전부터 한국과의 조선업 협업 시나리오를 그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향후 10년 안에 미국 내에서 만든 선박을 기존 80척에서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Strategic Commercial Fleet)’을 운용하기로 했다. 현재 국제 무역에 쓰이는 중국 선박이 5500척에 달하는 만큼 그 격차를 속히 좁혀야 한다는 취지다.
동맹과의 협력도 대폭 강화했다. 국방장관, 교통장관 등의 주도로 동맹국과의 조선업 교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면 25%의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또 전략상선단에 참가한 선박 및 선주가 미국 내에서 수리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외국에서 수리해도 세금을 면제해 준다. 법안 통과 시 미국 선박을 한국에서 수리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 “트럼프 측근, 韓 선박 제조 역량 등 집중 확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 또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빠르게 고품질 선박을 만들고 우수한 MRO(유지, 보수, 정비) 전문 인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고 호평했다.
20일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이 통화 며칠 후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또한 우리 정부에 한국의 해운 역량 등을 별도로 문의했다. 이 소식통은 “해당 측근이 한국의 선박 제조 역량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면서 (한국 조선업이 미국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따져본 것으로 안다. 꽤 진지한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 측근이 중국의 해양 굴기(崛起)가 미국 국가 안보에 끼칠 위협 등을 우려하며 침체된 미국 조선업 현황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설명했다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올 10월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대담에서 “중국 밖에서 대규모로 선박을 건조할 능력은 한국과 일본에 있다. 두 나라가 미국과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며 협력을 당부했다. 9월에는 이번 법안 발의를 주도한 켈리 의원과 또 다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 참여해 조선업 부흥을 위한 초당적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