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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생체시계 따라 창의성 달라… ‘유연한 근무’가 열쇠

입력 | 2024-12-23 03:00:00

개인 특성 따라 창의성 변해
창의적인 업무 성과 높이려면
일정 조절에 자율성 부여해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밤중에 창의력이 샘솟는 사람도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원인은 우리 몸속의 생체시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빈대학 등의 연구진은 2017년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배시의 연구를 토대로 생체시계와 창의성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발견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개인 고유의 생체시계 유형(Chronotype)에 따라 가장 활기차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대가 달라진다. 흔히 ‘아침형 인간’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아침에 가장 활력이 있고 생산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하루 중 늦은 시간대가 돼야 본격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시시각각 생기는 창의성의 변동도 생체시계 유형 때문에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연구에 나섰다.

연구진은 회사원들의 생체시계 유형과 창의성을 오전과 오후 시간대에 각각 측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생체리듬 유형에 따라 창의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변했다. 아침형 인간의 경우 시간대별로 창의성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저녁형 인간은 오전에서 오후로 시간이 지날수록 창의성 지표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참가자 319명의 개인별 변화를 하루 4번씩 수시로 추적하는 심층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기업들이 창의적인 성과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직원들의 생체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떤 직원은 창의성이 아침에 이미 절정에 도달해 점점 떨어지고, 어떤 직원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더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생체시계 유형을 결정짓는 요인의 약 50%가 유전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생체시계에 따른 차이는 개인의 의지로 바꾸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개인의 의지 박약을 탓하거나 억지로 바꾸려는 시도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본인의 생체시계에 맞춰 업무를 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주요 핵심 과제를 각자의 생체시계에 맞는 황금시간대에 배치하고, 이 시간엔 불필요한 회의나 일상적인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직원들도 본인의 생체시계 유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특히 극단적인 아침형이나 저녁형 직원들의 경우 창의력이 반짝일 수 있는 시간을 지킬 수 있는 일정 관리가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리자들은 모든 직원의 창의성이 똑같은 패턴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팀원에게 획일적인 근무 시간을 요구하지 않고 각자의 창의성을 적합하게 평가해야 한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다면 개개인의 생체시계를 존중하고 유연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세진 포틀랜드주립대 조교수 sejin.keem@pdx.edu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