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정원영 역 tvN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속 석지원 역으로도 호평
조명가게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나만 혼자 죽은 거였구나, 혼자 무서웠겠구나.”
최근 전편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원작·각본 강풀/연출 김희원) 7~8회는 조명가게 사장 정원영(주지훈 분)의 서사가 드러난 회차였다. 정원영은 처음부터 조명가게의 사장이 아니었다. 그는 생전 딸과 건물 붕괴 사고를 당했고, 사후세계를 의미하는 ‘조명가게’에서 자신이 딸을 혼자 두고 먼저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열했다. 결국 그는 이전 조명가게 사장에게 사정해 홀로 남은 딸만은 살려냈고, 그 대가로 조명가게를 이어받았다.
‘조명가게’는 주지훈의 저력이 또 한 번 돋보인 작품이다. 초반 1~4회가 시청자들의 의문을 증폭시키는, 각 인물들의 개별 서사를 다루는 흐름으로 전개됐지만, 주지훈이 각 인물들 사이 연결고리로 이야기의 중심을 다잡았다. 4회 말미에 이르러서야 그간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인물들이 한 중환자실에 나란히 누워있는 엔딩으로 관계의 윤곽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의식 없이 누워 있던 이들 다수가 강에 추락한 버스 사고로 얽혀 있었고, 생사 기로에 놓인 후 ‘조명가게’라는 이승과 저승 사이 사후세계를 오가고 있었던 것.
조명가게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조명가게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5회부터 극 초반 깔아놨던 떡밥들이 하나하나 본격적으로 회수되기 시작하면서 몰입도를 더했다. 그 가운데 그간 선글라스를 쓴 채 표정 변화를 일체 보여주지 않던 미스터리한 조명가게 사장 정원영의 반전 서사는 가장 큰 여운을 남겼다. 주지훈은 건물 더미에 다리가 깔린 딸을 혼자 둔 채 자신이 먼저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고 처절하게 오열하는 장면으로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홀로 남겨져 무서워했을 딸을 생각하며 목 놓아 우는 연기에서 정원영의 절절하고 애끊는 부성애가 절로 느껴졌다.
최종회인 8회에서는 딸과의 뜻밖의 재회로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정원영은 조명가게로 찾아온 정유희(이정은 분)가 딸 주현주(신은수 분)를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선글라스를 벗었고, 이에 정유희는 정원영이 자신을 끝까지 살리고자 했던 아빠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보고 오열했다. 이승에서 염을 하고 있던 탓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정유희의 애절한 몸짓과 눈빛에 정원영 역시 뒤늦게 딸을 알아보고 뜨겁게 포옹, 펑펑 눈물 쏟게 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부녀 이야기 너무 슬펐다” “사탕 까서 입에 넣어줄 때 충격과 오열” “부녀 관계 밝혀질 때 충격” “사탕신 소름 돋았다”는 반응을 보냈다.
조명가게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지훈은 사후세계 경계를 지키는 정원영의 미스터리한 면모를 그리면서도 부성애를 오가는 열연으로 드라마의 여운을 더했다.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용이한 부성애 코드가 자칫 뻔한 신파적 연기로 표현될 수 있음에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었던 데는 단숨에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연기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긴 장면이 할애되지 않았음에도, 딸과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부터 죽음에 절망했다가 딸을 다시 찾아가는 모습까지 감정의 파고를 집약적으로 전달하는 내공이 돋보였다. 주지훈은 최근 인터뷰에서도 처음 아빠 역할에 도전하게 된 소감에 대해 “내 안에 없는 감정이니까 되게 무서웠다”면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또한 올 초 선보인 디즈니+ ‘지배종’과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까지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까지 공개를 앞두고 있어 메디컬 드라마까지 활약이 예고된 만큼, 내년에도 더욱 다채로운 행보가 기대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