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표준개발협력기관 성과공유회 표준전문가·업계 인사 100여명 참석… 표준개발 성과 공유 발전 방향 논의 우수 COSD-우수 개발 표준 시상 표준화는 글로벌 기술 경쟁 핵심… 민관 협력으로 시장 주도권 쥘 것
2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2024년 표준개발협력기관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표준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전문기관들이 모여 한 해 성과를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한국표준협회 제공
21세기의 글로벌 패권 경쟁은 각종 기술이나 상품, 서비스 등의 표준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다. 표준화란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거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상태로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다.
△제품의 형상, 치수, 품질 △검사나 측정, 작업 방법 △용어 기술 단위 등을 정하는 일이다. 쉽게 말하면 게임에서 룰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기면 승자 독식이 가능해지고, 시장 주도권도 쥘 수 있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거나 ‘생존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이유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표준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올 한 해 진행된 표준 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국가표준 운영 체계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사전 평가와 현장 심사를 거쳐 우수한 성과를 낸 COSD와 우수 개발 표준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또 우수 개발 표준 최종 후보들에 대한 설명회도 이어졌다.
올해 우수 COSD로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전기전자 부문)이 선정됐다. 2022년부터 3년 연속이다. 우수 COSD는 전체 기관 가운데 데이터에 기반한 정량평가와 위원회 심사를 통해 한 곳만 선정된다. 그만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인정받은 셈이어서 눈길을 끈다.
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경우 △900개 이상의 전기·전자 부문 국가표준을 관리하고,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 지정받는 등 COSD로서 필요한 기본 역량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표준 전담 부서 운영과 90명 이상의 연계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COSD로서 활용할 자원의 수준도 뛰어났다. 실적도 올해 170종 이상의 표준을 개발하거나 정비함으로써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은 우수 기관으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우수 표준 개발로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서준호 본부장(한국로봇산업협회), 오광해 국장(국가기술표준원), 이승호 본부장(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김창성 본부장(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표준협회 제공
이를 위해 정부(국가기술표준원)는 표준화에 필요한 심의나 고시, 시행계획 수립, COSD 지정 및 취소 등과 같은 행정 처리를 맡는다. 그 대신 COSD로 지정된 기관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분야별 기술 검토와 업계 의견 수렴, 표준 작성 등과 같은 집행 업무를 전담한다. 매년 3600종 정도의 국가표준(KS)을 개발·정비하고, 지정 분야의 산업 동향과 표준화 활동을 담은 동향 보고서 등도 발간한다.
그 결과 17년째를 맞는 올해 12월 현재 전체 7개 분야에서 71개 기관이 82분야에서 1만7658종을 관리한다.
분과위원회별 COSD 수는 △기계·기본 20개 △전기·전자 22개 △화학·요업 11개 △섬유·환경·의료 9개 △수송 6개 △금속·광산·건설 8개 △정보·서비스 6개 등이다.
COSD의 유형별로 보면 관련 협회나 단체가 32개로 가장 많고, 시험·연구기관(28개) 공공기관(11개) 학회(8개) 기타(3개) 순으로 뒤를 잇는다.
청정에너지, 첨단 제조 등 친환경 기술 활용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표준 개발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이들 산업에서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KS를 신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기업과 COSD 간 소통 강화와 기업 참여 활성화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한 KS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방안도 강화할 예정이다. 민관 협력과 선제적인 국제 표준화 경쟁 대응을 통해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다.
화학융합시험연구원-로봇산업협회 우수 개발 표준 선정
표준개발협력기관(COSD) 선정은 민간 주도의 표준화를 통해 국민의 실질적인 편익이 증진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으로 표준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2021년부터 매년 선정되는 우수 개발 표준이다.
올해는 후보 10개 가운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의 ‘폐배터리 재활용 소재 성분분석 방법’과 한국로봇산업협회(KAR)의 ‘클라우드 기반 로봇 서비스를 위한 모듈 간 연결 규칙’ 등 2종이 최종적으로 수상작이 됐다.
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험 방법과 관련된 표준 3종으로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전자 기기 및 관련 제품의 급속한 발전과 전기차 보급 등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핵심은 배터리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서 확보되는 황산코발트,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등과 같은 원재료의 순도 분석 방법을 표준화한 것이다.
연구원 측은 “이번 표준 개발을 통해 폐배터리 자원순환 체계 마련에 기여하고, 2030년까지 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로봇산업협회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로봇 간 통신 구성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모듈과 클라우드 서비스 모듈 간 연결 규칙을 만듦으로써 관련 국제표준 시장 선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로봇산업협회는 지난해에도 ‘로봇-서비스 로봇 모듈용 정보 모델’에 대한 표준을 개발해 우수 개발 표준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협회 측은 “이번에 만든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을 위한 모듈 간 인터페이스 표준 및 파생 표준들을 활용하면 로봇 제조 기업, 로봇 수요 기업 등 전체 로봇 관련 사업체(2021년 기준 추정치·4471개)의 절반 이상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제로 클라우드-로봇 모듈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결과 로봇의 응용 개발 시간이 90% 줄어들고, 로봇 모듈 관련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