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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이 바꾼 ‘고래의 운명’

입력 | 2024-12-23 03:00:00

미국서 북대서양긴수염고래 분석
잠재적 수명 100년 이상이지만 포경 피해로 평균 수명은 22년



인간의 고래 사냥으로 고래의 평균 수명이 짧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남방긴수염고래. 게티이미지코리아


인간의 대규모 고래 사냥(포경)으로 긴수염고래의 평균 수명이 지나치게 짧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전자가 거의 비슷한 다른 고래 종과 비교한 결과, 100년 이상 살 수 있는 이 고래 종의 실제 평균 수명이 22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레그 브리드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UAF) 생물학·야생동물학부 교수팀은 긴수염고래 두 종류의 수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바다에 사는 거대한 포유류인 고래의 정확한 수명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선행 연구에서 고래의 노화 분석을 통해 150년 이상 산 고래도 확인됐지만 백 살이 넘은 고래가 특이한 개체인지, 자연적 수명인지는 불분명했다. 고래 개체군 대부분이 20세기 중반까지 있었던 전 세계적인 포경으로 큰 피해를 입어 자연 수명에 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150세가 넘는 개체는 90년 동안이나 격렬한 사냥에서 살아남아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포획된 고래의 노화 데이터 대신 40년 이상 수집한 북대서양긴수염고래(학명 Eubalaena glacialis)와 남방긴수염고래(학명 Eubalaena australis)의 촬영 데이터를 활용해 고래 수명을 조사했다. 두 종은 진화적으로 매우 밀접하고 거의 동일한 생활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대서양긴수염고래는 포경이 활발한 북대서양 지역에서, 남방긴수염고래는 남반구 해역에 서식하는 점이 다르다. 새로운 수명 예상 모델을 개발해 두 개체군의 평균 수명과 잠재적 수명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두 개체군의 수명은 큰 차이를 보였다. 남방긴수염고래의 평균 수명은 74년인 반면에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평균 수명은 22년에 불과했다. 남방긴수염고래의 약 10%가 130년 이상 살았지만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10%는 47년을 겨우 넘겼다.

연구팀은 “두 종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수명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수명이 매우 짧은 것은 인간의 대규모 포경 때문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수명이 실제로는 남방긴수염고래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