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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대첩서 이겼다” 트랙터 시위대, 28시간 대치 끝 尹관저 향해

입력 | 2024-12-22 16:07:00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은 뒤 대통령 한남관저로 향하고 있다. 2024.12.22 뉴스1


“남태령 대첩에서 승리했다. 국민이 이겼다! 윤석열을 체포하라! ”

22일 오후 6시 4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트랙터 여러 대가 연달아 진입하자 주위를 둘러싼 시민들 사이에선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려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 투쟁단’은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1박 2일간 대치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치 28시간여 만인 22일 오후 4시 25분경 협의 끝에 경찰이 차벽을 철수하면서 트랙터 10대가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이날 늦은 오후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한 전농 시위대는 “윤석열은 방을 빼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공범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 추산 약 3000명의 시위대가 관저 앞에 몰렸다.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홍광희 씨(59)는 “21일 오후 2시부터 밤을 새우고 겨우 대통령 관저 앞까지 왔다”며 “나라를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위에 참여했고 결국 우리가 승리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송혜인 씨(54)는 “경찰이 트랙터를 막은 건 집회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체포되는 걸 꼭 보고 싶어서 남태령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왔다”고 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은 뒤 대통령 한남동 관저로 향하고 있다. 2024.12.22 뉴스1

앞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를 끌고 상경하던 전농 전봉준 투쟁단은 21일 낮 12시경 서초구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저지된 이후 하루 넘게 이곳에서 집회를 벌였다. 서울경찰청이 극심한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제한 통고’한 뒤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촉구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이곳 집회에 참여하며 주최 측 추산 최소 3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남태령 고개에 모인 시위대는 “수사 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윤석열을 몰아내고 국민주권 실현하자” 등의 구호와 함께 진입을 가로막는 경찰을 향해 “차 빼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경찰이 차벽을 세우자 이에 항의하던 시위대와 충돌이 발생해 시위대 2명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주말에는 대통령 관저와 헌법재판소 인근인 서울 광화문과 안국역 등에서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엔 군인권센터는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되지 않을 경우 시민이 영장을 집행한다는 내용의 ‘시민 체포영장 집행’ 퍼포먼스를 펼쳤다. 시민 체포영장이라고 프린팅한 현수막엔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직업 대통령 등이 표기됐는데 영장 발부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중심이 된 21일 광화문 동십자각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30만 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이 몰렸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아이돌 응원봉과 웹소설 패러디물 등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샤이니 응원봉을 들고 참여한 김명희 씨(41)는 “12월 3일 여의도에 간 시민들한테 마음의 빚이 생겨 참여하게 됐다”며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국역에선 ‘촛불행동’이 120차 촛불문화제를 열고 크리스마스 캐럴 ‘울면 안 돼’를 “석열 한 대(꽝)” 등으로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