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복지진흥원 ‘숲 체험’ 사업 ‘숲 태교’ 연 1000명 이상 찾아와… 요가-상담 등 난임부부 맞춤 지원 신중년층 위한 항노화 프로그램도… “산림복지로 저출산-고령화 해결”
국립산림치유원을 포함해 전국 6개 산림복지시설에서 신혼부부나 결혼 예정자, 임신부 가족 등을 대상으로 ‘숲태교’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10월 10일 전남 국립장성숲체원에서 진행된 ‘숲태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풀과 나무에 둘러싸여 아내, 아들과 살을 맞대니 마음이 활짝 열립니다.”
봄꽃이 산을 뒤덮던 3월 경북 영주시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진행된 ‘출산 후 힐링 태교여행’에 아내, 30개월 아들과 함께 참여한 정대선 씨(33)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산신령이 차가운 근심을 훔쳐 가고, 따뜻한 가족애를 채워준 것 같다”고 했다.
정 씨가 참여했던 여행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산림복지 서비스 중 하나다. 산림복지진흥원은 2016년 4월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산림복지 전문기관으로 국립산림치유원, 숲체원, 치유의 숲 등 전국 16개 산림복지시설을 운영한다. 복권기금의 일부(5.8%)로 마련한 녹색자금으로 남녀노소 모든 생애 주기에 걸친 숲 체험,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산림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산림복지진흥원은 영주시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을 포함해 6개 산림복지시설에서 결혼 기간 7년 이내 또는 3개월 안에 결혼 예정자, 임신부 가족, 만 6세 이하 아이를 둔 가정을 상대로 ‘숲태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임신 전에는 숲에서 체험,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부부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 임신 중에는 숲속 요가, 명상을 하며, 출산 후에는 산모 건강 돌봄, 산후 우울감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7년부터 시작된 숲태교는 연간 1000명 이상이 찾는다. 특히 난임부부를 위한 요가, 전문 상담, 친밀도 높이기 등을 우울증 상담센터 등과 함께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건너뛴 부부를 위한 숲속 결혼식도 지원한다. 2017년 처음 시작해 3년 동안 6쌍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췄다가 다시 시작돼 올해 3쌍이 숲속에서 평생을 약속했다.
● 숲에서 되찾는 건강한 노후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치매노인과 홀몸노인, 50세 이상 신중년층을 새롭게 발굴해 연간 5만 명을 대상으로 ‘항노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은 10월 26일 경기 국립양평치유의숲에서 열린 항노화 산림치유프로그램.
●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숲
사회적 취약계층도 마음껏 숲을 누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산림복지진흥원은 도심 안에 있는 공원이나 숲 여행 거점지역에 턱이 없는 일명 ‘무장애 숲길’을 닦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 125.8km 길이를 만들었고 올해 127억 원을 들여 27.6km를 추가했다. 복지시설의 안팎이나 녹지공간 개선에도 힘쓴다. 녹색자금을 활용해 사회복지시설 실내를 목재로 꾸미고 지역에 녹지를 만드는 ‘나눔숲’ 사업을 한다. 올해 149억 원을 들여 나눔숲 70곳을 새로 만들었다.
사회복지시설, 사회적 경제 기업 비영리법인 등과 손잡고 장애인, 고령자, 새터민, 한부모 가정 등을 발굴해 숲 체험을 제공한다. 주거 취약 계층에게는 생활 돌봄 산림 치유를 펼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에 혼자 사는 80세 이상 고령자(홀몸 어르신) 집을 돌보미들이 방문해 말벗을 하거나 건강 상태 확인 등을 하는 것이다.
남태헌 원장은 “산림복지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돕고 사회 갈등과 상처를 치유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모든 국민이 나이와 상황에 맞춰 숲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꼼꼼한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