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7명 시장 전망 분석 “탄핵 정국에 상반기까진 거래절벽… 하반기 서울 선호지역 매수세 회복 다주택자 규제에 지방 ‘하락’ 우세 대출규제로 전세가는 ‘상승’ 진단”
내년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간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시장의 핵심 변수로 ‘금리’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탄핵 정국 여파로 최근 거래가 얼어붙었지만 내년 상반기(1∼6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서울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미분양이 여전한 지방 아파트는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투자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워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2일 동아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7명에게 내년 전망을 설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주요 키워드로 ‘상저하고’와 ‘상저하중’을 많이 꼽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지금과 같은 ‘거래 절벽’이 전국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거래량 증가와 지역에 따른 가격 변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고 조기 대선 여부가 정해진 뒤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집값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는 기준금리, 탄핵 정국, 주택 공급량 등이 꼽혔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한국은행이 내년 초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기준금리 인하는 주택 시장에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내년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돼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다.
공급 절벽과 전세가격 불안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경기 입주 물량이 올해의 60%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수도권 ‘공급 절벽’이 내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세로 살려는 수요가 겹치면서 아파트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 풍선 효과로 내년 상반기 지역을 불문하고 전세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하반기에 신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공급 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한운불우(閑雲不雨·한가한 구름은 비를 내리지 못한다)”라며 “꾸준히 주택 공급에 관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 강남 3구, 마용성 하락 예측한 전문가 없어
전문가 7명 중 5명은 내년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 아파트값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2명은 각각 강보합, 보합으로 하락을 예측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강남 3구와 마용성을 제외한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 전망이 4명, 보합 2명, 하락 1명이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인 경기와 인천 아파트값은 보합(3명), 지방은 하락(5명) 전망이 우세했다. 전세 시장의 경우 7명 모두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을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폐지해야 할 1순위 규제로 전문가 3명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꼽았다. 재건축으로 인한 사업이익이 1인당 8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최대 절반을 환수하는 제도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재건축인데, 재건축 부담금으로 공급이 막혀 있다”고 강조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택 공급자(조합)의 수익성을 제한해 신규 공급을 위축하고 ‘로또 청약’ 열풍만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다주택자 중과 세제를 적용하다 보니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 상승을 낳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