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퇴직급여를 일시금 대신 연금으로 받도록 하려면 당근이 필요하다. 퇴직급여를 받을 때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부담을 30∼40% 덜 수 있다. 퇴직급여 규모가 커서 퇴직소득세 부담이 큰 퇴직자에게 작지 않은 혜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절세 혜택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가능한 한 빨리 많은 금액을 인출하고 싶은 욕망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다. 그래서 퇴직자들은 연금 수령에 따른 절세 혜택과 조기 수령에 대한 욕망을 두고 저울질하게 된다. 절세 혜택을 누리며 조기에 많은 금액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하려면 ‘연금 수령 한도’를 알아야 한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연금 계좌에서 이체한 퇴직급여는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연금 수령 한도는 연금 개시 신청일(과세기간 개시일) 현재 연금 계좌 평가액을 ‘11―연금 수령 연차’로 나눠서 나온 금액의 120%다.
예를 들어 A 씨가 55세에 퇴직금 2억 원을 연금 계좌에 이체하고 바로 연금 개시 신청을 한다고 해보자. 먼저 1년 차 연금 수령 한도를 계산해 보면, 연금 개시 신청일 현재 계좌 평가 금액 2억 원을 10(11―1년 차)으로 나눠서 나온 금액(2000만 원)을 1.2배 한 2400만 원이다. A 씨는 연금 개시 신청을 한 해 말까지 2400만 원을 연금으로 찾을 수 있다.
2년 차는 이듬해 1월 1일(과세기간 개시일)에 시작된다. A 씨가 1년 차에 2000만 원을 연금으로 인출하고, 적립금을 운용해 900만 원의 수익을 냈다고 해보자. 이 경우 2년 차 1월 1일 현재 계좌 평가 금액은 1억8900만 원이고, 이를 9(11―2년 차)로 나눠서 나온 금액(2100만 원)을 1.2배 하면 2520만 원이 된다. A 씨는 2년 차에 최대 2520만 원까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3년 차 이후 연금 수령 한도도 계산할 수 있다. 11년차 이후에는 연금 수령 한도 적용을 하지 않는다.
● 11년 차 이후 연금 수령액을 늘린다
부채 상환 등 당장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노후 자금에 여유가 있으면 10년 차 이내 인출 금액은 최소화하고 11년 차 이후 인출 금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절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연금 계좌에 퇴직급여와 운용수익만 있다고 하자. 가입자가 연금 개시 신청을 하면 금융회사는 먼저 퇴직급여를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연금소득세율은 연금 수령 연차에 따라 다르다. 10년 차 이내에는 퇴직소득세율의 70%, 11년 차 이후에는 퇴직소득세율의 60%에 해당하는 세율로 과세한다. 앞에 예를 든 A 씨의 퇴직급여는 2억 원이고 일시금으로 받을 때 퇴직소득세는 2000만 원이다. A 씨의 퇴직소득세율은 10%인 셈이다. 따라서 A 씨가 퇴직급여를 일시금 대신 연금으로 받으면 10년 차까지는 연금 수령액의 7%, 11년 차 이후에는 연금 수령액의 6%를 연금소득세로 내면 된다.
연금 수령 연차 적용과 관련해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연금 수령 한도를 계산할 때는 일단 연금 수령 요건만 갖추면 연금을 받지 않더라도 연금 수령 연차가 지나는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연금소득세율을 적용할 때는 연금을 받지 않은 해는 연금 수령 연차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렇게 실제 연금을 받은 해만 연차에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실제 연금 수령 연차’라 한다. A 씨가 2024년에 연금 수령 요건을 전부 갖추고, 2034년에 연금 개시 신청을 한다고 해보자. 연금 수령 한도를 계산할 때는 2034년을 11년 차로 보지만 연금소득세율을 적용할 때는 1년 차로 간주한다. 절세 효과를 높이려면 연금 개시 요건을 갖췄으면 바로 연금을 개시하고 매년 소액이라도 연금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다가 11년 차 이후에 연금 수령액을 늘리면 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