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K리그2 서울 이랜드 감독 올 시즌 부임후 ‘공격축구’로 팀컬러 쇄신… 리그 3위 최고 성적에 관중도 40% 늘어 “선수들 승강PO 치르며 성장, 실패 아냐… 1부 팀처럼 탄탄한 전력 갖추는게 목표”
서울 이랜드 선수들이 8일 전북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한 뒤 다음 시즌에 선전할 것을 다짐하며 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이랜드 팬들은 관중석에서 ‘덕분에 한 해 동안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전주=뉴스1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서울 이랜드의 팬들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서 이런 글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이랜드가 K리그1(1부 리그) 전북과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방문경기에서 1-2로 패해 1, 2차전 합계 2-4로 승격에 실패한 뒤였다. 2014년 창단한 이랜드가 승강 PO까지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랜드 팬들
이 꺼내든 현수막 중 하나엔 ‘고개 들자. 새로운 역사를 쓴 그대여’라고 적혀 있었다. 김도균 이랜드 감독(47)은 최근 통화에서 “현수막을 보고 (팬들이) 고마우면서도 승격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2부 리그 3위를 한 이랜드는 승강 PO에서 1부 리그 최다(9회) 우승팀 전북을 상대로 선전했다. 전북은 1부 리그 10위를 해 승강 PO를 치렀다. 승강 PO 1차전에서 1-2로 진 이랜드는 2차전 전반전에 선제골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후반전에 두 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김 감독은 “전반전까지는 경기가 계획대로 잘 흘러갔기 때문에 결과가 아쉽다. 하지만 선수들은 전력이 많이 앞선 전북을 몰아붙인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지난 시즌 2부 리그 13개 팀 중 11위에 그치는 등 중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엔 강력한 공격력을 뽐내며 승강 PO에 올랐다. 올 시즌 이랜드는 36경기에서 62골을 넣어 2부 리그 팀 득점 1위에 올랐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친 이랜드는 올해 안방경기 누적 관중이 9만1497명으로 전년 대비 약 40.5% 증가했다. 김 감독은 “2부 리그 2, 3등도 꿈꾸지 못할 정도로 패배감에 젖어 있던 선수들이 승강 PO까지 치르며 성장했기 때문에 올 시즌을 실패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서울 이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김도균 감독은 팀을 창단 후 처음으로 승강 플레이오프(PO)에 올려놨다. 이랜드는 승강 PO에서 K리그1(1부 리그) 전북에 패해 1부 리그 승격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서울 이랜드 제공
김 감독은 이랜드를 맡기 전엔 수원FC를 지휘했다. 그는 2020년엔 2부 리그 팀이던 수원FC를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지난해엔 2부 리그 부산과의 승강 PO에서 승리해 수원FC를 1부 리그에 살아남게 했다. 김 감독은 ‘1부 리그 잔류와 승격 중 어떤 게 더 힘든 일인가’라는 질문에 “승격이 힘들다. 아무리 승강 PO까지 내몰려도 1부 리그 팀이 가진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이랜드를 1부 리그 팀 못지않은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야 승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과거 수원FC에서 승격과 잔류를 경험했을 때 두 번 모두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올해 선수들이 (승격에 실패해) 우는 걸 보면서 나도 울컥했지만,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내년에 승격의 꿈을 이뤄낸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